바이든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 방한 첫 일정 시작
반도체 기술동맹 강조할 것으로 보여
현대차, 9조원 전기차 신공장 건설 계획 나오나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 전망
한화·OCI 등 美 태양광 사업도 확대 기대
[헤럴드경제=문영규·신소연·김지윤·주소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협력이 안보동맹을 넘어 ‘기술동맹’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국내 주요 그룹의 대미(對美)투자에도 가속도가 붙으면서 반도체를 앞세워 전기차·배터리·바이오 등 미래 전략 산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인 ‘기술 초강대국 육성’이 급물살을 타게 될지 주목된다.
▶바이든, 에어포스원 내리자마자 삼성 반도체 공장으로=19일 정·재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시작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공장 방문 행사가 열리면 윤 대통령도 함께 가서 연설하고 근로자들과 환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빈 안내도 예정됐다. 이 자리에서는 한미 정상들의 기술동맹 강화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미중 갈등과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이 돼왔으며 미국은 한국을 포함, 일본, 대만과 함께 4개국 기술동맹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TSMC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내 3㎚(나노미터, 10억분의 1m) 초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예고하면서 3㎚ 공정에 한 발 늦은 TSMC가 1.4㎚ 공정 개발을 먼저 발표하는 등 기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선 생산 확대도 필수적인데, 지난해 11월 발표한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은 기흥·화성-평택-미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반도체 벨트를 형성하고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실현할 성장의 핵심 축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윈-윈’이다. 공장 건설을 위해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현지 고용 확대 등 지역 경제 성장을 이끌 예정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땡큐 삼성”을 외치기도 했다.
▶만찬서 바이든 만나는 재계 총수들, 전기차·배터리 대미투자 ‘가속도’=오는 21일에 예정된 양국 정상 만찬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참석한다. 김태효 차장은 “(만찬 명단에)10대, 국내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주요 기업 총수들의 명단이 다 적힌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7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전기차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아주는 새 공장 부지로 유력한 서배너 인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20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신공장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7’과 기아 ‘EV9’ 등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과 2009년 각각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을 지었으며 신공장이 건설되면 미국내 생산량은 최소 11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SK그룹도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배터리, 수소 등 분야에 총 52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의 탄소감축 기조에 기여하면서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그룹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최 회장의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테네시주, 켄터키주에 공장을 건설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예고됐다. SK하이닉스는 1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고 SK실트론은 3억달러(약 3700억원)를 투자해 미시건주에 공장을 증설한다. 지난 3월엔 한미 통상관계자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 10년을 맞아 현지법인인 SK실트론 CSS를 방문해 “한미 최고 협력 사례”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LG그룹은 미국 내 배터리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내 총 4개의 공장을 짓는다. 1~3공장은 각각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주에 건설돼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고 논의가 진행 중인 4공장의 윤곽도 조만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미국 내 바이오·배터리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전기차 배터리 스타트업 소일렉트(SOELECT)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약 2억달러를 투입, 2025년까지 기가와트급(GWh) 리튬메탈 음극재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BMS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바이오 의약품 사업도 시작했다.
삼성도 삼성SDI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세부 부지, 투자 규모 등이 구체화할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선도하며 중국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LG·SK·삼성·롯데가 모두 미국 내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며 중국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반도체, 배터리 등 경제안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첨단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투자로 태양광 뜰까=만찬 당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하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5대 그룹을 비롯해 국내 대표 태양광 기업인 한화, OCI 등도 참석한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전세계 태양전지와 모듈 시장에서 각각 9위와 8위다. 한화큐셀을 제외한 상위 10개 기업은 모두 중국기업이다. 사실상 중국이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부각되고 미국의 지원 확대가 맞물리면서 한화와 OCI의 미국 사업 확대도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기존의 1.7GW를 포함해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서는 최대인 3.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OCI는 올해 미국 내 태양광 사업 진출 10주년을 맞는다. 태양광 공급망의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으며 미국법인인 OCI솔라파워는 미국 태양광발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텍사스·뉴저지·조지아주 등에서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텍사스에서는 1위 업체다. OCI관계자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를 바탕으로 신규 개발할 부분이 나온다면 이를 바탕으로 미국 내 추가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