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비판대 오른 넷플왕국

韓 특수효과에 6년간 1억弗 약속

연간 약 200억원 규모 하나마나

작품 1개 제작비도 안되는 수준

기존 작업 연장선 신규투자 아냐

“망사용료 소송 염두 둔 것” 분석도

스마트폰에 설치된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스마트폰에 설치된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넷플릭스가 한국 특수효과 제작 시설에 6년간 1억 달러(약 1270억원)를 투자키로 한 가운데, 실속없는 ‘보여주기식’ 투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연간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신규 투자로 보기 어려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넷플릭스가 자회사(스캔라인VFX)와 6년(2022~2027년)간 국내 가상현실 연출기술을 활용한 특수 인프라에 1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이뤄진 것이라고 산업부 측은 설명했다. 통상교섭 본부장이 주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캔라인VFX는 1989년 독일 뮌헨에 설립된 기업이다. 한국에는 2019년 7월에 공식 서울 지사를 설립했다. 2021년 11월 넷플릭스가 스캔라인VFX를 인수를 발표한 후, 넷플릭스의 자회사로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및 다양한 작품의 CG 등 효과를 담당·제작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번 투자 발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실속이 없는 ‘생색내기’며 정부가 넷플릭스의 들러리로 나선 모양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투자 규모는 6년간 1270억원으로, 연간 약 200억원 수준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수백억원을 쏟아붓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작품 1개 제작비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대규모 투자로 볼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이른바 적은 투자비로 막대한 효과를 낸 ‘오징어게임’의 경우도 제작비가 260억원 수준이다. 넷플릭스가 거둔 효과는 1조원 이상이다. 또다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레드 노티스’의 경우 한 작품의 제작비가 2000억원 넘게 투입되기도 했다.

이번 투자 계획은 신규 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캔라인VFX는 일찌감치 한국을 아시아 주요 거점으로 설정하고 이미 상당 규모의 투자를 계획·실행한 상태다. 넷플릭스로 인수되기 이전에 한국에 약 5000만달러(약 637억원)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70여 명에 달하는 한국 직원을 현지 고용해 다양한 작품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번 투자 발표는 새로운 콘텐츠를 대규모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기존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마치 ‘선물 보따리’를 주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속이 없는 투자”라며 “국내 제작 역량이 세계 수준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넷플릭스 자사의 영리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것일 뿐 선심을 쓰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넷플릭스의 투자 발표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망 사용료 소송을 염두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법인의 매출은 63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무려 52%나 증가했다. 한국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망사용료는 못내겠다며 버티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놓고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원은 1심에서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망사용료 논란은 해외로까지 번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4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보다폰의 최고경영자(CEO)는 “빅테크 회사들이 인터넷 인프라에 편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