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교 일과시간 이후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
“전자기기 규율 정해 욕구 통제역량 기르는 게 바람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고등학교에 대해 일반적 행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고등학교장에게 기숙사 학생들의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소지·사용을 전면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이와 관련한 기숙사 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학교가 수업시간뿐 아니라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시간에도 휴대전화 소지·사용을 금지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A고 재학생이 낸 진정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고는 전국 단위의 기숙형 사립학교로, 전교생 160여 명 중 70%가 기숙사에서 거주하고 있다. 휴대전화는 일요일 등 공휴일 오전 7시30분~오후 1시30분에만 사용이 가능했다.
노트북, 태블릿PC 등 전자기기의 경우 매일 오후 7시부터 익일 0시40분까지 기숙사 내 와이파이존에서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위반 시에는 벌점과 함께 1개월 기기 압수 처분이 내려졌다.
A고는 조사에서 “지정 시간 외에도 학생이 요구하면 담임교사 허가를 받아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으며, 통화가 필요하면 교내 공중전화도 사용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또 “전자기기의 경우 와이파이 구역 외 장소에서 사용하면 학업과 무관하게 사용할 소지가 많고 주변 학생들에게 소음을 유발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교 내에서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 소지·사용을 제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학교 일과시간 이후 기숙사 생활까지 이를 전면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통신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가족 등 외부인과 연락할 필요성이 크지만, 개인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6시간가량에 불과하고 그 시간 외에는 담임교사에게 사용 이유를 설명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기숙사생의 통신과 사생활을 제한하면서도 그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방안은 없는 점도 문제삼았다.
또 인권위는 “현대 사회에서 전자기기는 학습의 수단뿐만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나 취미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 적성을 개발하거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기 위한 도구”라며 “전면 금지보다 공동체 내에서 토론을 통해 규율을 정하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의 욕구와 행동을 통제·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A고가 학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기숙사 내 휴대전화·전자기기 사용 제한 규정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해명한 데 대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곧 학생들의 권리 보호에 필요한 실질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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