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실태조사
57% “하루 4~6시간 수면”…대기장소마저 열악
제작현장서 폭언·폭행…휴대폰·SNS 사용금지도
인권위, ‘용역 제공시간 주35시간 제한’ 등 권고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아역배우 등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제작현장에서 겪는 수면권, 건강권 등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관계부처에 개선을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인권위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가 소비되고 대중문화예술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문화예술산업자의 낮은 문제 인식으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권고를 결정했다.
앞서 인권위가 2020년 실시한 ‘대중문화산업 종사 아동·청소년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작현장에서 휴식권, 수면권, 건강권, 학습권 등 침해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78명 중 촬영기간 동안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4~6시간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7.7%(45명)이었고, 촬영대기 장소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응답자는 23.1%(18명)로 집계됐다. 촬영기간에 아프거나 다친 경험을 한 경우는 14.1%(11명),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6.7%(13명)나 됐다.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로부터 폭언, 폭행, 괴롭힘을 당하거나 다이어트나 성형수술 권유를 받는가 하면, 나이나 외모, 신체조건을 이유로 차별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어려서 잘 모른다’며 휴대전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 연애가 금지되는 등 사생활도 존중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이를 근거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에게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다며 “이번 권고를 통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이 더욱 광범위하고 세심하게 보장되고 존중받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이날 인권위가 공개한 권고사항을 보면, 우선 휴식권·수면권 보장과 관련해 문체부에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 제공시간을 1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제한하고, 야간·새벽 작업은 다음 날이 학교의 휴일인 경우로 한정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영국과 캐나다에서 운영 중인 ‘샤프롱’과 같은 아동보호책임자를 현장에 두도록 하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인권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는 권고가 있었다. 도 넘은 노출행위나 선정적인 표현행위가 있을 경우 당사자와 친권자, 후견인에게 충분히 사전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인권침해, 차별을 당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신고와 권리구제 조치를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명시하고,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가 매년 교육과정을 통해 아동·청소년 인권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라는 권고도 뒤따랐다.
그밖에도 학습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문체부와 교육부에 기초학력 미달과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초학력 보장법’에 따른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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