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위험에 처한 종업원, 사장이 구해

수거책 식당으로 유인…경찰 출동까지 시간 끌어

종업원 A씨에게 돈을 건네받은 보이스피싱 수거책 B씨(왼쪽). 보이스피싱을 눈치 챈 이모(48)씨 인터뷰 영상(오른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종업원 A씨에게 돈을 건네받은 보이스피싱 수거책 B씨(왼쪽). 보이스피싱을 눈치 챈 이모(48)씨 인터뷰 영상(오른쪽).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대출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그거 피싱 아니야?”

눈치 빠른 식당 주인의 도움으로 보이스피싱의 위험에서 벗어난 식당 직원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3월 29일 경기 시흥시 산현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 씨는 식당 종업원 A(41) 씨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A씨가 급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대출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이전에 빌린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것. 사장 이씨는 잠시 뒤 은행직원을 만나 상환금을 건네기로 했다는 A씨의 이야기를 듣고 수상함을 느껴 꾀를 냈다. 은행직원과 만나는 약속 장소를 자신의 식당으로 바꿔 현장을 직접 지켜보기로 한 것.

같은 날 오후 6시께 은행 직원을 자처하며 식당에 도착한 30대 여성 B씨를 본 이씨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행색 등이 은행 직원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심증을 갖게 됐다. 이씨는 식당 내 다른 방에서 식당 내부를 촬영하는 CC(폐쇄회로) TV를 통해 두 사람을 감시하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라는 확신을 갖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돈을 받은 B씨가 가게를 나선 직후였다.

보이스피싱 자료 이미지. [헤럴드경제 DB]
보이스피싱 자료 이미지. [헤럴드경제 DB]

이씨의 기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식당을 나서는 B씨를 뒤따라 나갔다. 그러면서 명함을 요구하고 소속을 물으며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시간을 벌며 붙잡는 역할을 했다.

이씨가 발휘한 5분의 기지는 때를 맞춰 도착한 경찰의 검거로 빛을 발했다. 경찰이 B씨를 검거해 조사한 결과, 그는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었다. A씨가 B씨에게 건네 날릴 뻔 했던 건넨 1500만원도 무사히 돌려받았다.

수거책으로 드러난 B씨는 온라인 취업 사이트 등으로 고액 일자리를 소개받아 이같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B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검거를 도운 이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씨는 “주변 이웃들이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봐준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