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 이전부터 공관문제까지 혼란 한 달 지속

정치권 ‘성급하다’ 우려 현실로…외교·국방부도 ‘술렁’

외교안보 주무부처, 이전 문제로 뒤숭숭…안보 우려

불안한 한반도 정세·5월 외교행사 준비 할 일 ‘산더미’

계속되는 급선회에 김건희 언급 “낙점 후 방문” 해명

尹, 취임 후 당분간 서초동 자택→용산 출퇴근 불가피

민주당 “김건희 관저쇼핑”…국민의힘 “전형적 선동정치”

광화문→용산, 육참총장→외교장관 공관…尹, 반복되는 급선회[정치쫌!]
강경화(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에서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오른쪽 두 번째) UAE 외교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대선 후 정국을 뒤흔든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성급하다”는 정치권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후보지부터 새 대통령 관저까지 국방부와 외교부가 후보지로 오르내리면서 안정적인 상황관리와 돌발상황에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 주무부처는 연일 뒤숭숭한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쓰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하고 외교장관 공관을 사용하겠다고 24일 발표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외교장관 공관으로) 사실상 확인이 된 것을 전제하고 다시 말한다”고 전제한 뒤 “보안과 경호 비용, 공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새로운 곳을 공관으로 사용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대통령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직접 발표한 윤 당선인은 “(관저를) 한남동 공관을 하나 쓰기로 했는데 그 공관을 또 리모델링하고 필요한 경호시설을 하는 데 2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당시 국방부 부지 안에 관저 신축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육군참모총장이 계룡대에 계셔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쓰는 공관을 손봐서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육군참모총장 공관 리모델링 비용에 25억원을 계획했고 정부는 이를 포함한 36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인수위는 한 달여 만에 계획을 바꿨다.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실사해보니 1957년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너무 낡아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경호나 의전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다. 이에 애초 관저 후보지 중 하나였던 외교장관 공관으로 선회한 것이다.

외교장관 공관은 대지 1만4710㎡(4,458평), 건물 면적은 1434㎡(434평)로 축구장 2개 면적이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이 분리돼있고, 특히 주한 외교사절 초청행사와 해외 주요 인사의 환영 연회가 개최되는 외교장관 공관은 관리가 잘 돼있다.

광화문→용산, 육참총장→외교장관 공관…尹, 반복되는 급선회[정치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에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관저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등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경호와 보안 문제가 지적됐지만 윤 당선인은 “경호와 외빈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며 “당장 인수위 때 준비해서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 집무실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후 검토과정에서 결국 보안과 예산 문제를 고려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최종 대통령집무실 이전을 결정했다. 당시에도 광화문 외교부 청사는 마지막까지 용산 국방부 청사와 함께 대통령집무실 후보지로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였다.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아닌 외교장관 공관으로 관저 이동 등 두 차례의 ‘선회’는 정치권에서 제기돼 온 “성급하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청와대를 이전하는 문제는 단순한 이사의 개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심장인 청와대를 이전하는 문제는 대통령집무실과 관저뿐만 아니라 비서동과 경호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안보, 외교의 기능 전체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특히 집무실과 관저가 이동하면 해당 공간을 사용하던 기존 부처의 새 공간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다. 연쇄 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광화문 집무실 이전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을 제시했지만 취임 후 검토한 끝에 어렵다고 결론을 지은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충분한 숙의와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작업이 선행될 수 있었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광화문이 아닌 용산 이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여기에 이전 대상으로 지목된 국방부와 외교부가 국가안보의 주무부처인 점도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안한 국제질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정권이양기 안보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취임 직후 화상으로 개최되는 코로나정상회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까지 굵직한 외교 일정이 잡혀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사와 관저 이전 대상지로 지목되면서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용산, 육참총장→외교장관 공관…尹, 반복되는 급선회[정치쫌!]
남산에서 바라본 외교공관 모습. [연합]

정확한 계획에 따른 이전 방식이 아닌 ‘급선회’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 배경으로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언급돼 인수위도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외교장관 공관을 방문한 뒤 윤 당선인이 공관을 찾았고, 이후 해당 장소가 새 관저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에 대해 배 대변인은 "(낙점된) 이후 (김 여사가) 방문한 것이지 먼저 가서 낙점해서 공관 변경하는 데 고려했다는 점은 오보"라고 말했다. 또 인수위는 “윤 당선인은 관저 이전과 관련해 외교장관 공관을 방문한 적 없다”고 밝혔다.

취임 20일 전 대통령 관저 이전지를 바꾸면서 윤 당선인은 취임 후 한 달여 동안은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로 출퇴근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배 당선인은 교통통제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함에 대해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모의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진애 전 의원은 “김건희의 관저쇼핑 놀이, 윤석열 당선인의 김건희 소원풀이 놀이”라고 지적했고, 송영길 전 대표는 “멀쩡한 청와대를 고쳐 쓰면 될 것을 국방부 내쫓고 이제는 외교부 장관 공관마저 대통령관사로 빼앗아가면 외국 원수 외국사절 등 외교행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전형적인 선동정치이며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라며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데에 있어서 실제로 거주할 당선인의 배우자가 유력 검토되는 후보지를 둘러보는 것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