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고 후 대책 마련나서

부산·대구·대전, 이미 설치완료

최근 전동스쿠터를 탄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에서 추락사하는 일이 발생하자마자 서울시는 9호선 등 지하철 역사에 차단봉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국 5대 지하철 중 서울·광주를 제외한 지역의 휠체어 진입 가능 에스컬레이터에는 차단봉이 이미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조치가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전국 5대 지하철 중 부산·대구·대전 지하철의 경우 전동휠체어가 진입 가능한 폭의 에스컬레이터에 한해 차단봉이 모두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단봉은 행정안전부 고시 ‘승강기안전부품 안전기준 및 승강기 안전기준’상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지자체 등 관리 주체의 판단에 따라 제각각으로 설치돼 있다.

에스컬레이터 차단봉의 경우 주로 성인 2명이 탑승하는 1200형 입구 앞에 설치된다. 지난 8일 기준 차단봉은 부산 지하철(1~4호선) 1200형 394대 전체, 대구 지하철(1~3호선)의 경우 1200형 308대·1000형 205대 전체, 대전 지하철(1호선)은 1200형 143대 전체에 설치돼 있었다. 성인 한 명이 주로 탑승하는 800형의 경우 폭이 좁아 차단봉 설치가 부적절하다고 이들 지하철 운영 주체들은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경우 총 1200형 1447대 중 287대(19%)에 차단봉이 미설치돼 있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차단봉은)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시민들이 무릎 등을 부딪히는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 그동안 적극적으로 권장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양천향교역을 포함한 9호선의 민간사업자인 서울메트로9호선운영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갖춘 데다 차단봉에 일반 이용자가 부딪히거나 취객의 전도사고 등 인지 못하는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설치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지하철의 경우도 1200형 91대 중 6대만 설치돼 있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8일 “사람이 죽자 허겁지겁 에스컬레이터 차단봉을 설치한다고 하는데, 사후약방문”이라고 비판했다. 인근에 엘리베이터가 있었기에, 이번 사고가 이용자의 안전의식의 문제였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다. 사고 후 온라인 커뮤니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는 ‘멀쩡히 엘리베이터 있는데 왜 거기로 가나? 이건 분명 개인 책임’, ‘책임을 교통공사 혹은 시에서 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차단봉은 노약자의 낙상 사고 등 교통약자의 사고를 방지하는 선제적 안전장치의 특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마리아 대구대 재활심리학과 교수는 “평소 교통약자의 시각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전동스쿠터를 탄 장애인 A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A씨가 에스컬레이터를 탄 정확한 경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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