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취임 1년…토종 경쟁력 강화 박차
국내 콘텐츠 환경 기반 다진 1세대 주역
동아TV PD로 콘텐츠 업계 첫 인연
30여년 업계 핵심업무 두루 경험
VOD 시청 확대로 콘텐츠 영향력 커져
국가·플랫폼·장르 경계 사라져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에 반격 준비
지난 1년, 성과위해 씨앗 뿌린 과정
기존 사업자와 다른 전략 구체화할 것
“콘텐츠 시장에서 최근 2~3년의 변화가 이전 20년보다 더 빠른 것 같아요. 이제 한국이 글로벌,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말 그대로, 국내 콘텐츠 업계의 ‘맏언니’다. 제작PD를 시작으로 편성PD, 영화, 콘텐츠 전략, 글로벌 유통 등 30여년 간 콘텐츠 업계의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한 특별한 이력을 가졌다. 지금의 ‘K콘텐츠 열풍’ 있기까지, 국내 콘텐츠 환경의 기반을 다진 ‘1세대’ 주역이다.
KT그룹의 미디어 ‘컨트롤타워’인 KT스튜디오지니를 이끌고 있는 그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K콘텐츠’의 위상 변화는 그에게 감격스러울 정도다. 이같은 변화는 그에게 기회이자 곧 도전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 기업들의 성장 속에서, 그는 이제 토종 콘텐츠 기업의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30년 내공, 콘텐츠 ‘통’=김 대표는 1994년 케이블TV 개국을 앞두고 동아TV 제작PD로 입사하면서 콘텐츠 업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기대와 달리 케이블TV 업계의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2000년부터 본격화 된 케이블업계의 경영난도 피하기 어려웠다.
그는 “TV하면 곧 지상파, 권한도 지상파에 다 있었을 때다”며 “케이블TV를 런칭하면서 제2의 지상파와 같은 TV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로 똑같은 전략을 썼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패인이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케이블 유료방송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상파 모델을 그대로 답습해 대규모 투자를 하다보니 누적 손실로 이어졌다”며 “어려움을 겪고 유료방송 사업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배워나갔던 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CJ ENM에 합류한 이후 tvN, XTM(현 XtvN) 등 현재 대표 프로그램의 런칭에 참여한 ‘개국 공신’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채널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전했다. 브랜드 네이밍 작업이 대표적이다. 그는 “신규 채널을 준비할 때 일정대로 잘 되지 않는게 네이밍이다”며 “만들고자 하는 채널, 그 채널의 컨셉, 그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 등을 집약적으로 담아야 해 굉장히 고심히 필요한 작업”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XTM채널의 브랜드 네이밍 작업을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XTM 채널명도 익사이팅한 경험을 준다는 채널 컨셉에서 시작해 모음을 다 빼보자 해서 탄생했던 것”이라며 “채널은 콘텐츠와 융화돼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 “최근 2~3년의 변화, 이전 20년보다 더 빨라”=30여년 간 콘텐츠 업계에 몸 담은 그에게도 최근 2~3년의 시장 변화는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과거 1%의 시청률만 나와도 이른바 ‘대박’으로 불렀던 케이블업계는 이제 지상파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이 크게 성장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변화를 이끌기까지 무엇보다 IPTV를 포함한 유료 방송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지상파와 케이블의 시청률 차이가 났던 것은 지상파가 갖고 있던 접근성 때문이었다”며 “최근에는 IPTV를 통해 VOD 시청 습관이 확대되면서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역주행하거나 다시 인기를 얻는 일도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플랫폼 경쟁력보다 채널 안에 들어가는 콘텐츠 경쟁력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국내 콘텐츠의 세계적인 열풍이 이어지면서 김 대표는 이제 “한국 시장이 곧 글로벌 시장이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해외에 리메이크 판권을 팔아서 우리 콘텐츠를 수출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우리 나라 언어로 된 우리 콘텐츠를 그대로 세계인이 보는 시대”라며 “넷플릭스 사업자들이 국내에 와서 우리와 일하는 것을 보면 그냥 한국이 글로벌 시장 그 자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 플랫폼, 장르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도 그는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가 간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것은 넷플릭스가 기여한 점도 있다”며 “과거에는 영화나 TV드라마 간에도 경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영화 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고, 드라마 제작사가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니 콘텐츠 장르적인 경계도 허물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해 일한 지 30년됐는데 진심으로 최근 2~3년의 변화가 그 이전 20년의 변화보다 더 컸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의 일을 예상하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곧 기회이자 도전이다. 그는 “허물어진 경계는 곧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토종 기업의 위기라는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사랑해주시고 지원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T 스튜디오지니 취임 1년… “씨앗 뿌린 시간”=오는 3월이면 김 대표는 취임 1년을 맞는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토종 사업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고삐를 쥐었다.
김 대표는 “콘텐츠 사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기업과 규모의 차이 등도 토종 사업자들의 경쟁이 힘든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방송 사업은 미디어사업에서 콘텐츠사업으로 넘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선 후발주자”라며 “후발 주자가 선두를 따라 잡는데 시간이 더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년은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구조적 체력을 기르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는 2022년, 2023년 성과를 내기위해 씨앗을 뿌린 과정이었다”며 “조직을 갖추고 협업 시스템, 전략 방안을 수립, 원천 지적재산권(IP)을 발굴해 개발하는데 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기회도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올해는 기존의 사업자들과 다른 접근으로 시장 전략을 구체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