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국민 “보이콧” 목소리까지
SNS 한·중 네티즌 비난댓글 설전
“중국제품 불매하자” 극단의 글도
반중 넘어 혐중 분위기도 감지
전문가 등 “과다한 혐오 경계해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이 불을 지핀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고 공정에 예민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 중국을 비판하는 글이 속출하면서, 중국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는 한국 네티즌도 등장하고 있다. 중국을 향한 비판이 ‘혐중(嫌中)’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커진다.
9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한국과 중국 네티즌은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을 올리면서 설전을 벌였다. 논란이 확산된 지 사흘째임에도 이날 오전 트위터 인기 트렌드에는 ‘편파 판정’부터 중국인들을 향한 원색적인 비판 단어가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눈 뜨고 코 베이징’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중국 제품을 불매하자는 보이콧 움직임도 나타난다.
젊은 층은 석연치 않은 판정을 ‘공정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희주(27) 씨는 “베이징올림픽이 애초 중국 친화적으로 가기로 정해져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전 세계 스포츠인에게 ‘(불공정 판정을) 해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 2명은 실격 판정으로 탈락하고, 중국 선수가 금메달을 받았다. 같은 날 결승전에서도 헝가리 선수는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당했다.
여기에 평소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불을 지폈다. 이모(33) 씨는 “평소에도 ‘동북공정’ 같은 이슈를 접하면서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반칙과 역사 왜곡이 용인되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올림픽에서도 이러니, 진저리가 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현대중국학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대 대학생들은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5점 만점에 2.14점으로, 2.85점을 기록한 일본보다 낮았다. 이들은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 ‘교양 없는 중국인’(4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동북공정 등 역사 논란이 있었던 2010년대를 거치면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편파 판정에 대한 분노가 혐중 정서로도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일부 사용자가 중국을 비판하면서 ‘짱깨’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짱개는 혐오 발언’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도 ‘중국이 중국했다’ ‘중국인 클라스’와 같은 제목을 달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동영상들이 속속이 등장했다.
이는 오랫동안 쌓인 반중 정서도 한몫했다. 각종 이슈에 대해 ‘중국 시민은 무조건 중국 옹호한다’는 인식이 박인 탓이다. 쇼트트랙 편파 판정 논란에서도 심판을 옹호하는 일부 중국 네티즌을 비판하는 의견이 있었다. 민모(33) 씨는 “편파 판정도 억울한데 우리나라 선수 인스타그램에 중국 네티즌이 우르르 몰려와 댓글을 다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국학회 논문에서도 젊은 층이 중국 시민에 대한 이미지가 ‘국가의 주장에 동조하는 애국주의자’라는 단편적인 형태라며 반중 정서에 대한 대책 수립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향한 정당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필수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국과 중국 네티즌의 소수 의견이 과대 대표되면서 혐오 감정이 커지고 있다”며 “편파 판정에 대해서는 중국이 잘못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회식 때 등장한 한복 논란처럼 ‘중국이 한복을 자기 것이라 주장한다’는 식의 논리적 비약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56개 소수 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해 논란이 생겼다. 이를 두고 조선족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한복이 등장했다는 의견과 함께 “중국이 한복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중국을 비판하는 시민도 중국 혐오가 과다 생산되는 건 경계했다. 이선미(29) 씨는 “동북공정부터 시작해서 올림픽까지 중국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쌓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중국인이 펼치는 극단적 주장이 모든 중국인의 의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