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대학 신입생 미달 4만명↑…2024년 10만명?
대학 입학생은 48만7532명…50만명대 붕괴
美·日·英, 정부가 ‘대학 재정난 극복 대응방안’ 마련
한계대학에 대한 법적ㆍ 제도적 정책 및 지침 마련
‘퇴출’ 보다 대학 자율에 기반한 ‘회생’에 초점
안정적 청산 가능하도록 법적 ‘퇴로’도 마련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대학 입학생 수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신입생 미달 인원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 대학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재정상태가 부실한 한계대학에 대해서는 3단계 시정조치 후 폐교하는 ‘삼진아웃’을 도입할 방침이다. 해외 선진국들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바 있어 각국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대학…‘신입생 미달 4만명↑ vs 입학생 50만명↓’=올해 전국 대학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명을 넘어섰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대학의 신입생 미달 인원은 4만586명으로 지난해(1만4158명)의 3배에 달한다. 현 상황이 유지되면, 2024년에는 전체 대학 미달 인원이 10만명에 달하고, 전체 신입생의 41.9%가 수도권 대학에 입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올해 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 입학생은 48만7532명으로, 지난해(52만4260명)과 비교해 3만6728명이 감소했다.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인 동시에 2000년 이후 처음 5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현 상태라면 2033년 대입 이후에는 대학 입학생이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대학 입학정원 조정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 속 대학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학 구조조정에 본격 나서고 있다.
내년 3월까지 전국 대학이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2023학년도부터 전국 5개 권역별로 충원율 등에 따라 정원을 줄여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재정 상태가 부실한 한계대학은 3단계 시정조치 후 폐교 조치 하는 이른바 ‘삼진아웃’을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경쟁력을 강화해 학령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제3기 인구정책 TF 과제로 담았다.
이를 위해 우선 대학을 한계대학이나 자율혁신대학으로 분류하고, 내년 상반기에 정부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지정한다. 각 대학에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한편, 자율혁신대학은 각자의 여건과 전략에 따라 자율혁신을 추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대학의 재정지표를 분석해, 경영 위기 정도를 파악하는 재정진단을 통해 대학별 상화에 맞는 체계적 관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한계대학의 구성원을 보호하면서 원활한 해산 및 청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 교육부는 지방대학의 혁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지자체-대학 간 협업을 중심으로 지역혁신을 추진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을 기존 4개 플랫폼에서 2022년에는 6개 ‘플랫폼’으로 확대한다. 또 지역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고등교육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분야 규제특례를 적용하는 ‘고등교육혁신특화지역’도 12월 말에 지정·발표할 예정이다.
▶美·日, 한계대학 지침 마련…英은 ‘대학간 통폐합’=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립 고등교육기관이 전체의 60%이상으로 규모가 크다. 특히 비영리 사립 4년제 대학의 수입 중 등록금 수입은 30~40%에 달해, 대학 입학생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와 재정 손실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 역시 인구 감소와 심각한 고령화로 일찍부터 대학경영 위기에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목했다. 일본은 사립대학이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54%를 차지하며, 정원 미달 사립대학이 전체의 35%에 달해 정부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사학조성기금을 지원한 바 있다.
영국은 아직까지 유학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학령인구 감소 보다는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학 간 통폐합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한계대학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세 국가의 공통점은 대학이 재정난을 경험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는 사립대학 비율이 높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한계대학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책과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경영부실 및 회생에 대한 단계별 조치를 하고 있다. 폐교의 경우, 준수해야 할 상세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또 영국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대학간, 학과간 통폐합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 세 국가에 비해 단기간에 한계대학, 부실대학 및 폐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방안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국가에서는 대학 자율성에 기반한 고등교육기관 회생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정부가 설정한 평가지표에 미달한 대학에 대해 경영부실 책임 전가 및 퇴출 지향 중심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때문이다.
한계대학의 ‘퇴출’ 보다는 ‘회생’ 지향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이들 세 국가의 특징이다.
미국과 일본, 영국은 고등교육기관을 단순 폐교나 청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울러 정부가 개입해 구조조정과 회생을 지원하지만,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미국은 각 지역별 인증평가위원회 등이 폐교 및 통폐합 등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일본은 사립학교진흥·공제사업단, 학교법인운영조사위원회 등에 관련 절차와 업무를 위임해 추진하고 있다.
모든 국가의 폐교 및 통폐합, 합병에 있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폐교시 대학 정보를 공개해 학자금 융자 면책 및 반환 등 제도로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폐교시 학생 전학과 학적기록 보존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법에 근거한 고등교육기관의 퇴로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비슷한 점이다.
일본은 대학의 유휴자산에 대해 증여나 양도 등 법률적 검토를 통해 그 가치를 보존 및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또 미국은 연방파산법에서, 일본은 민사재생법에서 퇴출 혹은 자발적 퇴로롤 선택한 대학이 안정적으로 청산과 해산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다.
서영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책임자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대학이 지속적인 위험관리에 자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학생과 지역사회에 문제가 될 경우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권고하지만, 그 전까지는 해당 기관의 자율적인 조치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대학이 스스로 지속가능성 등을 점검해 자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한계대학 문제에 대처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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