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은 ‘구매한도’ 폐지 내국인 5000달러 이상 소비 기대 일부 “근본적 대책 아니다” 비판 면세한도 현실화·역직구 도입론도
“새벽부터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오픈런(Open Run·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것)’ 해도 못 사는 명품, 이제는 국내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국내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죠. 저희는 명품 재고 관리가 골칫거리였어요.”
정부가 20일 공개한 내국인의 면세점 구매한도 폐지를 비롯한 관광 관련 업종 지원대책에 대해 면세점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앞으로 해외 출국을 앞둔 여행객은 내년 3월부터 국내 면세점에서 1000만원대 에르메스 가방, 롤렉스 시계도 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현재 5000달러(약 595만원)인 내국인 면세점 구매 한도를 없애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의 발표로 인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휘청거리다 못해 고사 직전에 몰려 있는 면세점 업계는 숨통을 트게 됐다. 구매 한도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오랜 기간 ‘갈라파고스(세계 시장 고립)’를 초래하는 장벽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커진 경제 규모나 해외 직구가 활성화된 유통 구조를 고려할 때 과소비 억제, 외화 유출 방지 등 애초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하늘 길이 여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내년 즉각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울러 구매 한도 폐지가 ‘가뭄의 단비’지만 면세점 업계에 불씨를 되살릴 근본적인 터닝포인트가 되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면세한도는 그대로 600달러(약 71만원)로 유지되기 때문에, 그 차액만큼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면세 한도는 외국의 면세 한도와 비교해 봐도 한참 낮다. 일본의 경우 20만엔(약206만원), 미국 800달러(약 95만원)으로 한국보다 높다. 현재 면세사업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한 중국은 면세한도가 5000위안(약 93만원)이지만, 정책적으로 면세 특구로 지원하고 있는 하이난 면세점의 경우 10만위안(약 185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더 나아가 귀국 후 최장 180일까지 온라인 면세 쇼핑도 허용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업계는 매출의 80~90%을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하늘길이 막힌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라도 미입국 외국인이 국내 온라인 면세점을 이용하는 제도 등을 도입해야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화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도 “중국이 하이난 내국인 면세 쇼핑 한도를 크게 늘리면서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의 매출이 2019년 4위에서 지난해 1위로 급상승했다”라며 “그동안 한국 면세업계를 아시아 최고의 파트너로 여기던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라고덧붙였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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