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정책 가운데 핵심은 이론의 여지 없이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질병 관리를 해왔고, 경제 성장률이나 수출실적, 선진국 반열 진입, 문화적 성과 등을 거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국민 과반을 점하는 이유는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집 없는 젊은 층엔 오를 수 없는 사다리가 됐고, 집을 가진 이들엔 세금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발부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는 집권 여당이 치러야 할 대선에 부담이 될 것이 뻔하다. 12월, 당대표 8개월차에 접어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빛난 대목은 이 부분이다.
송 대표는 당내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11억원 상향 ▷양도세 면세점 9억→12억원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을 지론처럼 주장해왔다. 특히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기준을 높인 것은 송 대표가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인 한달 후인 지난 6월께다. 종부세 부과 대상이 집값 상승으로 전국민(또는 가구수) 기준으로 4% 이상으로 늘어나자 부담 대상을 상위 2%로 높여 잡아 표심에 영향을 적게 주도록 주도 한 것도 송 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한 결과물이란 것이 민주당 안팎의 평가다. 내년 대선이 결국 두 거대 정당의 유력 후보 두명 사이의 박빙 승부 결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전쟁같은 부동산 민심의 태풍을 헤쳐 나갈 여지를 송 대표가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세금을 내는데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게다가 세금이 늘어난 귀책사유가 납세자가 아닌 정부에 있다면 더욱 더 그렇다. 지난해보다 대여섯배씩 또는 그 이상의 세금(종부세)을 소득이 늘지도 않았는데도 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국민이라면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내가 언제 집 값 올려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는 항변은 타당하다. 1년만에 훌쩍 올라버린 세금 납부 고지서를 받아든 이들이 다수라면 내년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어 ‘세금 반발’까지 민주당을 덮쳤을 경우 민주당 정부 재창출은 난관에 봉착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당내 ‘부자 증세’ 방침에 반대하고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한 송 대표가 세부담을 낮춘 공이 적지 않다.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각 가정에 날아든 11월 중순 이후 여전히 30% 안팎의 정당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보유세 부담을 낮췄던 것이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과거 송 대표가 의원들 설득에 실패한 부분도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과세 유예 주장이다. 이 부분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다시 꺼내들면서 논란이 된 부분인데, 꽤나 타당한 측면이 있다. 자타공인 ‘실용주의자’ 이 후보가 송 대표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이유는 문제제기의 타당성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직접 사례로 든 얘기로 보면 ‘시골 움막’을 한 채 가지고 있어 2주택자가 된 경우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된다. 예컨대 ‘시골 움막’이 500만원에 불과한데 올해 세금이 500만원 나왔고, 움막을 계속 가지고 있을 경우 매년 500만원씩을 내야한다. 이 후보는 움막 때문에 움막 집값보다 더 세금이 나온 것은 문제가 있으니, 1년만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 당내 일부 의원들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송 대표는 사실 당 내 주류 대표는 아니었다. 올해 4월 재보궐 선거 참패 후 당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면서 최종 투표에서 2위와의 득표차는 불과 0.59%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박빙 신승이었다. 이후 송 대표는 ‘진영’보다 ‘통합’을 강조해왔다. 민주당 이름만 빼고는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송 대표는 당선 다음날 당대표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했고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다. 또 정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6·25 춘천 대첩의 영웅 김종오 6사단 사단장과 손범일 해군 제독의 묘에도 참배했다. 제복을 입고 국가에 헌신한 경찰, 군인, 소방관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겠다는 다짐의 실천이었다.
송 대표는 이외에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었던 12명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부인의 도자기 밀수 논란이 일었던 박준영 해수부 장관을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과, 부동산 특위 위원장을 김진표 위원장으로 바꿔 종부세·양도세 현실화 노력도 했다. 8개월차에 접어든 송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 중 하나였던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등한 위치에서 전선을 펼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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