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오전 위수민 출제위원장은 “예년 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하고자 했다. 수험생 간 유불리 가능성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불수능’이 아니라 ‘마그마수능’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험생들은 국어·영어·수학 모두 어려웠다고 말한다. 입시업체들은 “국어와 수학 1등급 컷은 2~5점 낮아지고, 영어 1등급 비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자 성기선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과했다. 불과 3년 만에 또다시 사과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입학은 문제가 많은 것일까?
방하남과 김기헌이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가지고 ‘한국사회의 교육계층화’를 연구한 논문에는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결과가 있다. 부모의 소득이 상층인 자녀 중에서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한 비율은 58.2%인데, 하층 자녀는 31.9%에 그쳤다.
그런데 부모 학력이 전문대졸 이상인 자녀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69.1%인데 부모 학력이 중졸 이하인 경우 자녀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27.1%에 그친다. 격차는 42%로, 부모의 소득별 대학진학률 격차 20.4%보다 두 배 넘게 벌어진다. 부모의 소득과 같은 경제자본(economic capital)보다 학력이나 직업과 같은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 자녀의 대학진학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이다.
출신 계급별 수능 성적으로 다시 살펴보자. 부모가 상층 계급일 경우 자녀가 높은 수능 성적을 받은 비율은 35.1%인데, 낮은 성적을 받은 비율은 33.0%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런데 하층 계급 자녀가 높은 성적을 받은 비율은 22.4%인데, 낮은 성적을 받은 비율은 47.2%로 두 배 이상 높다.
부모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경우에 자녀가 높은 수능 성적을 받은 비율은 44.9%로 높다. 낮은 수능 점수를 받은 경우는 20%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부모가 중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경우에 높은 점수를 받은 자녀는 15.4%밖에 되지 않는데, 낮은 점수를 받은 비율을 51.2%로 아주 높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는 어떨까? 2018년 OECD 회원국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올라가는 데에 평균 4.5세대 걸린다. 한 세대가 30년이니 4.5세대는 135년 걸린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영국·미국·이탈리아 등과 함께 5세대나 걸린다. OECD 29개 회원국 평균보다 15년 더 걸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외 지표는 대부분 건전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자녀가 최우수 학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를 보면, 일본·에스토니아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부모 세대(55~64세)와 자녀 세대(25~35세) 사이에 학력이동이 없는 정도를 나타내는 교육고착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다. 교육이동성 국제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상승이동률은 중국 다음으로 높다. 반면에 하강이동률은 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인도네시아 다음으로 낮다.
우리나라는 가정형편이 어렵더라도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큰 나라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 기회가 활짝 열려 있는 나라다. 대학수학능력시험만 제대로 치르면 되겠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
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