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평소 실없는 우스갯 소리를 잘하는 순둥이로 통하던 김효주(26)가 매서운 승부사로 변신했다. 2016년부터 3년간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며 ‘눈물젖은 빵’을 먹던 고통의 시간이 어느덧 달콤한 보상의 시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지난 달 31일 제주도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 1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김효주는 버디 6개에 보기 2개로 4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맹추격에 나선 이소영(24)을 1타 차로 따돌린 명승부였다.김효주는 이로써 지난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또 우승했다. 우승상금 1억 4400만원을 차지한 김효주는 KLPGA 투어 통산 14승째를 기록했다. 엣된 얼굴의 김효주는 어느덧 20대 중반의 나이가 됐지만 그녀의 골프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느낌이다.김효주의 달라진 모습은 승부를 점칠 수 없던 경기 후반에 나왔다. 이소영이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6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공동 선두로 올라선 상황. 김효주로선 남은 17,18번 홀 두 홀서 어떻게든 버디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 두 홀은 파-파만 기록해도 서운하지 않는 까다로운 홀이었다.파3 홀인 17번 홀에서 김효주는 티샷을 그린 우측 프린지로 보냈다. 홀까지 내리막 경사에 거리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김효주는 퍼트로 굴린 두 번째 샷을 기적적으로 홀에 집어넣었다. 김효주는 “내리막이 심했는데 무조건 넣을 생각으로 쳤다. 중계 카메라가 나만 찍길래 선두구나 생각했는데 리더보드를 보니 13언더파가 2명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넣으려고 했다”고 돌아봤다.김효주는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우는 강인함을 보였다. 전날 3라운드에서 레이업 후 파 세이브에 성공했던 마지막 홀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직접 핀을 공략했고 2온 2퍼트로 안전하게 파를 잡았다. 김효주는 우승 인터뷰에서 “18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게 되면 연장전에 가야했기에 공격적으로 쳤다. 보기를 기록하고 연장전에 들어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니 아예 버디를 할 생각으로 쳤다”고 말했다.김효주는 2016년 슬럼프에 빠져 선수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무리한 경기 출전으로 체력이 고갈되는 바람에 스윙까지 흔들리며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윙 코치인 한연희 프로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근육을 늘리는 체력훈련에 몰두한 김효주는 2018년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살아나기 시작했고 지난 5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슬럼프 탈출에 성공했다. 김효주는 당시를 돌아보며 "힘든 시절이었다.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다"고 말했다. 지난 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임희정(21)이 4라운드 내내 보기없이 22언더파를 치고도 준우승한 것처럼 이소영은 버디 9개에 보기 1개로 8언더파를 몰아치고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소영은 특히 후반 9홀에 버디만 5개를 잡아내는 뒷심을 발휘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임희정은 11~13번 홀의 3연속 버디 등 5언더파를 몰아쳐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단독 3위에 올랐다. 2라운드에 선두에 나섰던 장타자 이승연(23)은 2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유해란(20), 이소미(22)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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