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캐스퍼가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70년 가까운 한국 자동차산업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달 14일 1만8940대를 기록하며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사전계약 첫날만으로도 올해 생산목표 1만2000대를 ‘완판’한 것이다. 캐스퍼의 ‘울림’은 단순 판매량이 아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된 노사 상생의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첫 모델이다. 그리고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국내 제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체질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캐스퍼는 노동자에게는 안정적 일자리, 기업에는 적정한 수익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전국 최초 지자체 주도 사회통합형 일자리 모델이다. 대한민국 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 23년 만의 국내 자동차공장 완공 등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캐스퍼는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을 바라는 시민의 성원, 지자체와 노동계 합심,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지원 등은 현실 적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극복했다. 캐스퍼는 이 같은 난관들을 뚫어내고 지역경제의 단비가 됐다. 공장 신축 과정에서 지역 업체에 공사금액의 62.3%를 발주했다. 빛그린산단에 관련업체나 주거편의시설이 들어서는 등 산단 활성화도 본격화됐다. 채용인원 571명 중 전체의 90% 이상이 광주·전남 지역 출신으로 채워졌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절반(51%)을 웃돌고 30대는 28%, 40대와 50대 이상이 각각 13%, 8%가량이다. 연말부터 2교대 생산을 위한 인력 충원에 나서 내년에는 1000명까지 채울 계획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밀양, 대구, 구미, 횡성, 군산, 부산, 신안 등으로 확산해 침체한 지역산업에 희망의 불씨를 보여줬다. 캐스퍼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리쇼어링’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캐스퍼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가지 않았던 길에도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에서 사상 최초로 100%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것이다. 캐스퍼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노조의 반대로 막혀 있던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길이 열릴지 관심이다. 현대차는 미국·영국·호주·인도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 노조의 반발로 온라인 판매 시도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현대차·기아 단체협약에 ‘차량 판매 방식은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이미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 증강현실 등 기술혁신에 따른 온라인 판매 채널 편의성 증대, 비용효율성 등이 자동차 온라인 판매 확산의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성공은 테슬라가 증명하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 판매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며 공간·시간적 제약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캐스퍼는 지금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있다. 그 길이 성공의 길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울림은 한국 제조업에 큰 숙제를 안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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