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25t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의 유가족이 "누구도 사과하는 사람이 없다"며 공사 업체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호소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경주 **초등학교 5학년 ***의 첫 등교일 하늘나라로 간 횡단보도 교통사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숨진 초등생 A(12)양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1년 전 네 식구가 이사와 살고 있다. 위로 언니 오빠는 다 성인이 되었고, 막내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집에서 약 500m 떨어진 초등학교 다녔다"며 "2021년 8월 30일은 방학을 마치고 첫 등교하는 날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막내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는 들뜬 마음에 가방을 메고 ‘학교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7시45분 쯤 집을 나섰다"며 “동네 앞에는 4차선 산업도로이며,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있다. 막내가 파란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25톤 덤프트럭이 신호를 무시하고 막내를 덮쳤다. 막내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고 말했다.

25t 덤프트럭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있는 모습. A양은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이 차량에 치어 숨졌다. [커뮤니티 캡처]
25t 덤프트럭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고 있는 모습. A양은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다 이 차량에 치어 숨졌다. [커뮤니티 캡처]

청원인은 “사고 후 공사업체 측에서 누구 한 사람도 나서서 사과하는 사람이 없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다”며 “우리 막내를 숨지게 한 이 덤프트럭은 마을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사택을 짓고 있는 현장에 흙을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이다. 하루에 40~50대가 흙을 싣고 좁은 동네 도로를 달리면서 횡단보도에는 안전을 관리하는 현장 요원이 한 명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막내가 건너던 산업도로에는 ‘신호·과속 단속 카메라’가 한 대도 없다”며 “평소에도 주행하는 차량은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왔는데도 그냥 쌩쌩 막 달린다”고 했다.

청원인은 “우리 동네 입구는 교통사고 사각지대”라며 “재발사고 방지책을 이행하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마을 입구 진출입로 확장, 과속·신호위반 단독 카메라 설치, 횡단보도 주변 무허가 간판 철거 등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전 7시 50분께 경북 경주 동천동 한 교차로에서 25톤 덤프트럭이 우회전하다가 초등생 A양을 치고 그대로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지점은 학교와는 다소 떨어진 곳으로 스쿨존은 아니었다.

A양은 사고가 발생한 뒤 바닥에 쓰러졌으나 덤프트럭 운전자 B씨는 A양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주 동천동 교차로 사고현장에 놓인 한 시민의 추모글. [연합]
경북 경주 동천동 교차로 사고현장에 놓인 한 시민의 추모글. [연합]

사건 현장에는 A양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국화꽃과 편지 등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아가야! 아저씨도 자식 가진 부모다 보니 마음이 많이 슬프구나. 얼마나 아팠겠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너무 화가 나는구나. 부디 좋은 곳에 가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편지를 남겼다.

A양의 친구가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에는 "정말 친한 친구였는데... 너는 잘못한 게 없는데... 거기서는 다치지 말고 행복하길 바란다. 나에게 잘 해줘서 고마워"라고 적혀 있었다.

한편 법원은 이 사건과 관련한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은 지난 2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B씨(63)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B씨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객관적인 증거가 이미 확보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어 구속의 필요성이 낮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