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통찰력 지닌 ‘따뜻한’ 엔지니어

독창적 논문에 IBM·인텔 등서 ‘러브콜’

5일 오후 서울 중구 SKT T타워에서 유웅환 SKT ESG혁신그룹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5일 오후 서울 중구 SKT T타워에서 유웅환 SKT ESG혁신그룹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상섭 기자]

유웅환 SK텔레콤 ESG혁신그룹장(부사장)은 넷제로 열풍이 불기 훨씬 이전부터, 반도체 엔지니어로서도 이 분야에서 남다른 통찰력을 보였다.

인터뷰 도중 그는 검은색 표지의 두꺼운 책 한권을 가져와 소개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에 쓰여진 그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다중프로세서 디지털 시스템을 위한 기가헤르츠급 저전력 RF 클럭 분배(Clock distribution module of digital system using RF interconnection)’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40페이지 분량의 논문에는 탄소절감에 대한 그의 인사이트가 담겨 있었다. 그는 논문에서 광연결 기술의 단점을 개선하면서도 비용이 적게 들고 작은 부피를 가지는 무선주파수(RF) 연결기술을 이용한 보드 레벨 클럭 분배 시스템을 제안했다.

컴퓨터가 고성능화됨에 따라 속도 제한이 생기는 것이 디바이스의 성능 때문이 아니라 망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난다고 보고, 이를 극복하는 설계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데이터 전송 시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론이었던 셈이다.

당시 업계는 반도체 용량을 키우는 일에만 몰두하던 때라 유 그룹장의 논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 그룹장은 “2000년대 초반은 반도체 회사들이 1기가헤르츠(GHz)급 CPU를 누가 먼저 만드느냐를 두고 경쟁하던 시절”며 “GHz급의 동작이 되면서도 전력을 줄이는 방식이 있다고 증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한국 토종 박사였던 그는 독창적인 논문 주제 덕에 IBM, 인텔, 필립스반도체 등 유수의 글로벌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이후 인텔로 자리를 옮겨 10년간 일하면서 현재 인텔 코어 시리즈의 뼈대가 된 ‘네할렘’ 아키텍처 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인텔에서의 10년을 유 그룹장은 ‘인생에서 가장 크게 성장한 때’로 꼽는다. 반도체 지식뿐 아니라, 직원이 성장하도록 회사가 돕고 지원하는 ‘사람중심 문화’를 배웠다고 강조한다. 당장은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람중심의 문화를 구축하다 보면 ‘J 커브’ 형태로 급격한 성장 변곡점이 온다고 그는 믿는다.

유 그룹장은 “우리나라는 J커브가 오는 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당장 결과가 나오는 일에만 자원을 투입하는데 그건 ESG, 사회적가치와 거리가 멀다”며 “구성원을 믿고 스스로 발전하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