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중국·일본·독일과 함께 ‘세계 5대 제조업 강국’이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다. 전체 수출액의 85%에 달한다. 그중 해운업이 전체의 99%를 차지한다. 해운업은 그만큼 한국 수출에 있어 절대적이다.
하지만 최근 수출기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안으로는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기업을 옥죄고 있고 밖으로는 미·중 무역갈등 속 강대국들의 신보호무역주의와 거세진 통상 압력,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까지 4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하는 해운업까지 파업위기에 놓였다.
HMM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이 최종 결렬돼 사상 첫 파업 갈림길에 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국 선사들을 이용할 수 없는 처지다. 외국 선사들은 이미 해상운임이 더 비싼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HMM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수출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수출대란으로 직결될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HMM 노조와 사측은 지난달부터 4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진행했다. 하지만 교섭이 결렬됐다. 노조는 불황의 터널이 끝난 만큼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자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했다. 얼핏 수치만 보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해운노조는 8년, 육상노조는 6년간 임금동결을 감내하며 불화의 터널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6년에서 8년을 인내하는 동안 지난해 1인 평균 급여는 6246만원으로, 중형 선사인 팬오션, 대한해운보다 박봉에 시달렸다.
파업의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 절차를 통해 합의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중노위 교섭에서 새해를 앞둔 시점에서 임단협이 극적으로 타결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난해와 사뭇 다르다. 전 세계 해운업계가 유례 없는 활황세를 보이면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한국의 우수 선원들이 외국 선사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선원들이 배에서 내리면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다. 최근 스위스 선사인 MSC가 현대글로벌호에 탑승해 있는 한국인 선원들에게 입사지원서를 전달하며 이직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선박의 한국 선원도 조만간 이직 제안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배가 있어도 배를 움직일 인력이 없는 ‘웃픈’ 현실을 맞을 수도 있다.
이번 상황을 타개할 키는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HMM 측이 외부 컨설팅을 받아 임금 11.8% 인상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주채권단인 산은의 난색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노조가 요구하는 인상폭과 성과급을 모두 합치면 120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직원들을 위해 이해할 수 있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 ‘키’는 바로 산업은행이 들고 있다.
인력이 없어 지금도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업은행은 수조원대의 공적 자금의 회수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현재를 바라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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