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후보들이 출사표를 내던지며 나라를 다스릴 자신의 경륜과 비책을 내세우고 있다. 으레 그렇듯이 먹고 사는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인지라 각 후보마다 경제정책에 대해 한 마디 씩 하는 것 같다. 특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세간에 깔려 있고 물가상승에 따른 한국은행의 행보가 주목을 받는 시점이다. 경기 관련 대응과 가계부채 조정은 중요한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올 연말 쯤 후보군이 정리되면 경제공약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게 될 것이고, 각 후보자들이 밝힐 경제정책의 범위는 이보다는 훨씬 확장되고 정책제안은 구체화될 것이다. 단언컨대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가장 두리뭉실하게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 하나 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의 개혁문제이다. 후보자들이 이에 방점을 두지 않을 이유는 간단하다. 별로 뾰족한 수가 없어서이다. 국민 혹은 연금가입자의 현재 부담을 증가시키고 미래 수급액을 줄이는 방식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처럼 동해 앞바다에서 큰 유전이 발견되는 일이 없다면 말이다. 누구도 한 표가 절실한 시점에 인기를 잃을 얘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권자는 현재의 국민연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거나 아니면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를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여 골치 아픈 의사결정을 뒤로 미루고자하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수차례 납입률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해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민연금의 장기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은 상존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해 발표한 자료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2055년경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납입률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 외에도 국민연금 소진 시기를 늦추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조치들이 취해져 왔다. 기금자산 중 주식이나 해외자산의 편입비중을 늘리거나 기금 자산 중 외부위탁 비중을 늘리는 것 등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여전히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0년 어름에는 고갈될 전망이다. 현재는 기금자산이 늘어가는 추세의 그림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있지만 2040년을 지나면 올라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그림을 접하게 될 것이다. 기금이 고갈되는 2050년대에 들어서면 25세~60세 인구는 국민연급 수급자에 약정된 지급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전보다 크게 증가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기금이 소진되는 2050년대에 우리 경제의 경착륙은 불가피하며 이 때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될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거나 현재 충분히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늘리는 현 체제를 그대로 두는 것은 불공평하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가 화두이고 공정과 공평이 시대정신인 시점에 그 적용대상이 현재 세대에만 국한된다면 이는 세대 간 불평등의 시점이 될 수 있다.
미래의 경착륙을 연착륙으로 바꾸기 위한 준비에는 긴 시계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까지 기금자산의 규모를 늘려 소진시기를 늦추는 노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소진시점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연금제도를 어떻게 조정해 나가야 할 지에 대한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지금부터 공론화해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정치과정이 진행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부과방식으로의 완만한 이행이나 개인연금의 보급을 통한 연금체계의 다층화 등에 대한 논의를 여야 모두 정책 경쟁의 장에 세울 필요가 있다.
1997년의 암울했던 가을로부터 24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돌아보시라. 앞으로 30년 후 우리의 국민연금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시라. 아마 이 또한 우리가 지나온 24년처럼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더 이상 먼 미래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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