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일본 나라현에 있는 고찰 호류지(法隆寺·법륭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로, 특히 호류지 5층목탑은 백제 양식을 보여주는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호류지에 소속, 가람수리를 전담해온 니시오카는 유년시절부터 할아버지로부터 철저하게 목수 수업을 받은 쇼와시대 마지막 궁과 사찰 전문 목수, 일명 미야다이쿠다. 집안 대대로 관련 일을 해온 목수 집안 출신인 니시오카는 20세기 중엽 반세기에 걸쳐 진행된 호류지 대수리와 나라 지역의 고대 목조건축의 수리와 복원에 참여했다.
그가 할아버지로부터 직접 배우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호류지를 1300년간 지탱해온 나무 히노키의 비밀을 밝힌 책을 펴냈다.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집)는 목수 니시오카의 이야기에 나무를 과학적으로 연구해온 목재공학 연구자 고하라가 해설을 덧붙이는 식으로 함께 집필했다. 일본인이 옛날부터 건축재료뿐 아니라 조각의 재료료 히노키를 사용해온 이유, 목재에 대한 일본인의 미감, 생물재료로서 나무를 대하는 일본인의 태도 등을 들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 호류지의 쇼와 대수리는 1934년부터 1985년까지 반세기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이 격화되면서 1943년부터는 개점 휴업상태로 들어갔다. 젊은이나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전쟁터나 공장에 끌려갔기 때문이다. 니시오카는 당시 호류지의 금당과 오중탑을 해체해 주요 부재나 불상 등을 여러 장소에 분산 보관하고, 나머지 건물은 위장도색하고 방공호도 만드는 등 문화재 보호에 애를 썼다고 털어놨다. 전쟁 중 그는 한국에 징집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쇼와 대수리에 들어갔지만 임금은 민간 목수의 10분의 1수준인 쌀 두 홉밖에 살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는 호류지 일이 없는 토,일요일에는 고무신 행상을 다녔다고 털어놨다.
이는 미야다이쿠라는 관급 목수의 특수성에 달려있다. 미야다이쿠는 민가를 짓는 목수와 달리 일이 없으면 3년이고 5년이고 놀 수 밖에 없다. 나라의 일거리를 얻더라도 급여가 적기 때문에 생활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니시오카는 미야다이쿠의 맥이 끊기는 것 못지 않게 일본의 오래된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양질의 히노키를 더 이상 일본 내에선 구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저자는 호류지의 건물이 1300년이나 견딜 수 있었던 건 히노키를 구석구석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금당도 오중탑의 기둥이나 보, 도리 등은 창건 당시 히노키 그대로다. 히노키는 나뭇결이 곧게 뻗고, 재질은 치밀하고 부드러우면서 강인하고, 충해와 빗물, 습기에도 강한 특징을 갖는다.
저자는 여기에 더 중요한 사실을 전한다. 히노키가 우수한 목재지만 신건축기술 덕이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고대 건물은 모두 기둥을 세울 때 땅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밑동을 묻어서 세우는 굴립주식이었는데, 호류지에서 처음으로 기단 위에 초석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우는 초석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를 그는 사찰을 지은 쇼토쿠태자의 지혜인지, 백제 장인들의 집념인지, 뒤이어 온 신라 장인들의 신지식에 의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런 전환을 이룬 데 감탄했다.
저자의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고대에 도성 지역의 숲이 남벌로 황폐해지면서 홍수로 떠밀려간 흙이 지금의 오사카 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책은 호류지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생명체인 나무의 자연사와 사고사, 나무의 구조와 매력, 나무 강도의 비밀 등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를 꼼꼼하게 담았다.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니시오카 츠네카즈·고하라 지로 지음, 한지만 옮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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