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고검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빽’도 없고 돈도 없이 열정만 가지고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신은 검사 일을 열심히 해서 이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친정권 인사라고 오해받는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 고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파견근무를 하며 대통령과 근무연을 쌓았다. 이 고검장은 ‘돈도 빽도 없이 올라왔다’고 하는데, 돈 얘기는 왜 꺼내는지 알 수 없다. 다른 검사라고 해서 돈을 주고 승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빽이 없다’는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인사권자이고, 그와의 인연만큼 가장 강력한 배경이 어디에 있을까.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시작되며 청와대와 검찰 사이가 틀어졌을 때 문 대통령이 직접 불러 면담한 게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이었다. 한 사람은 검찰총장, 다른 쪽은 서울고검장에 올랐다.

이 고검장은 일선 차장검사 한 번 맡아본 적이 없었지만 대검 반부패부장-법무부 검찰국장-서울중앙지검장-서울고검장을 연달아 맡았다. 이 네 자리는 바로 차기 검찰총장으로 직행해도 무리가 없는 주요 보직이다. 유능하기로 손꼽히는 검사도 네 자리 중 하나 역임하기도 매우 힘들다.

검찰 역사를 모두 뒤져본 게 아니라서 장담은 못하지만 최소한 근 20년 내로 지금까지 네 자리를 모두 맡은 검사는 없다. 게다가 이 고검장은 피고인 신분이다. 전례대로라면 사표를 내거나 직무 배제 조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총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아마 기소되지 않았다면 총장이 됐을 것이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 ‘검사 이성윤’은 과연 전례가 없이 주요 자리 네 곳을 연달아 맡을 정도로 검찰역사상 가장 빼어난 검사인가. 그의 인사와 관련해 문 대통령과 대학 동문관계,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연이 더욱 부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 그는 여권에서 믿을 만한 검사라고 평가받고 있다.

인사는 메시지가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 인사를 통해 주는 메시지는 ‘말 잘 들으라’는 것으로 읽힌다. 여권 인사를 수사한 검사들은 불이익을 받고, 청와대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능력에 비해 과분한 보직을 준다. 아마 이전 정권에서 이런 검찰 인사를 이렇게 했다면 지금 침묵하는 진영에선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쁜 선례다. 나중에 다른 권력자가 똑같은 인사를 반복하면 그때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전 정부에서도 이런 인사 성향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전에는 기본적인 자질은 갖춘 사람 중에서 성향을 고려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가장 수사 잘하고, 기획업무에 정통한 유능한 검사들이 줄줄이 내쳐지고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알 수 없는 인사들이 연달아 승진하는 사례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자리’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당연히 구성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냉소적으로 변한다. 열심히, 혹은 잘해서 무엇하겠냐는 것이다. 사기업이면 이런 비효율적인 인사는 못한다. 인재를 키우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든다. 공무원은 세금으로 키운다. 잘못된 인사는 일종의 정치적 배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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