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전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비교
지난해 7월 대비 올해 6월 16.69% 급등
1년 전 같은 기간 2.37%…상승폭 7배 수준
전세의 월세화, 분쟁 증가, 뒷돈 관행 등 부작용
당분간 전세 불안 심화…매매시장 자극 가능성도
전문가들 “전반적인 임대차법 보완 필요”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이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급격하게 뛰면서 오름폭이 7배 가량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이라는 목표 아래 임대차법을 도입했지만 가격 상승을 되레 부추긴 꼴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은 전월세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 매물이 잠겼고 가격이 올랐으며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확대됐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은 크게 늘었고 이사비나 위로금 같은 뒷돈도 관행화되는 분위기다.
시장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갱신된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하반기에는 전셋값이 더욱 크게 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반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8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7월보다 16.69% 올랐다. 전년 같은 기간(2.37%)보다 14.32%포인트 높은 수치다. 1년도 채 안 돼 가격이 가파르게 뛴 것이다. 특히 강남과 강북의 대표 주거지역인 송파구(21.77%)와 노원구(21.59%)는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전셋값 상승은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춘 탓이다.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 갱신계약이 늘면서 전세 품귀현상은 일상화됐다. 집주인들이 향후 4년간 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임대료를 대폭 올린 데다 전세를 월세로 바꿔서 내놓으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결국 임대차법 시행으로 갱신계약 건의 가격만 안정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들도 불안감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2년 뒤 계약을 연장하든 새로운 전셋집을 구하든 해야 하는데 가격 폭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계약갱신청구권 무용론도 나온다. 자녀교육이나 직장 출퇴근 등으로 거주지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 입장에선 집주인이 들어오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 갱신권을 포기하고 시세대로 전세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법 도입 초기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안정화 단계에 있다는 입장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제도 초기의 혼란은 어느 정도 정상화돼 가고 있다”며 “전세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언에도 전셋값 불안의 불씨는 여전하다. 임대차법 여파에 가을 이사철과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더해지면 가격 강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리인상, 수도권 청약 대기수요 확대 등도 변수다. 여기에 각종 부동산세 부담 강화로 전세를 주고 전세를 사는 유주택 전월세가구가 늘어나고 있어 전세시장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을 재검토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셋값 불안이 최근 다시 급등세를 보이는 매매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난 1년간 임대차법은 전월세시장 불안을 야기했을뿐더러 매매시장 불안에도 한몫하고 있다”며 “정부의 도입 목적대로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