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보도자료 통해서 주장
“피해 병사 가족 군인권센터에 제보하기 전
국방헬프콜·국민신문고 등 8차례 문제제기”
“군 내부신고 처리 체계 엉망” 지적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소속 부대 병사가 경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먼지털이식 징계를 하고 병사 아버지를 부대로 불러 협박한 대대장 사건을 군에서 이미 알고도 조치를 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 병사의 가족이 지난 4월 말부터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군의 초동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육군 제21사단 제31여단 소속 부대 병사 A씨의 가족이 지난 4월 말께부터 8차례나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대대장 신모 대령이 A씨의 아버지를 호출하고 이틀이 지난 지난 4월 28일 A씨 가족은 국민신문고에 처음으로 민원을 올렸다. A씨가 부당한 징계를 받았고, 신 대령이 A씨의 아버지를 호출한 것이 부당하며 신 대령에게 비위 사항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A씨의 아버지는 민원과 같은 내용으로 21사단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만나지 못하고 감찰부 담당자에게 징계 조사 일정을 안내받았다.
A씨의 사건에 사단장 대신 여단장이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31여단장은 지난 5월 1일 A씨의 아버지를 방문해 대대장의 비위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31여단장은 같은 달 19일 A씨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대대장에 대한 징계를 여단에서 하기로 했다’, ‘A씨의 징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난 5월 말에 이르러서는 대대장이 간부들에게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게 하는 등 괴롭힘이 더욱 심해졌다. A씨는 같은 달 25일 소속 부대 여단 징계위원회로부터 군기교육대 5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이에 A씨 가족은 지난 5월 31일 국방헬프콜에 전화를 했고, 국방헬프콜은 사단 감찰부에 이를 통보했다. 다음날 A씨의 아버지는 또 다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사단장에 다시 한번 면담을 요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달라지지 않자 A씨 가족은 지난 11일 국방헬프콜에 2차로 전화해 A씨가 감시당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군단과 사단에 상황을 보고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 대령은 같은 날 병사들을 모아놓고 교육하던 중 급기야 ‘국방헬프콜에 전화해 봐야 소용 없다. 대대장에게 직접 말하기 바란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센터는 파악했다.
A씨에 대한 괴롭힘은 단체 이동 중 만난 대대장 신 대령에게 경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말께부터 시작됐다. 센터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신 대령은 이후 A씨가 대상관범죄를 저질렀다며 중대장을 호출해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A씨를 징계위에 회부하기 위해 간부들에게 A씨의 잘못을 적게 하고, A씨가 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간부들을 처벌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신 대령은 A씨의 아버지를 부대로 호출해 A씨를 형사처벌하겠다며 윽박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선처를 호소하는 A씨의 아버지에게 외부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하고 어길 시 형사처벌하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센터는 “육군 제21사단과 제31여단은 부당한 징계 과정은 물론 대대장이 휘하 병사의 아버지를 부대로 불러들여 겁박한 엽기적인 일을 8차례나 다양한 루트로 인지하였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원 내용 등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기는 했으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한다”며 “본격적인 감찰과 조사는 사건이 공론화 된 6월 14일이 돼서야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군 내부의 신고 처리 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민은 군의 자정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 전면적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