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관리 부실’ 예견된 사고

사고위험 높은데 저층부터 철거

“인도만 통제, 대로는 통제 안 해”

빈소·분향소 ‘침통’…유족들 오열

11일 오전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사망자의 지인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연합]
11일 오전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사고 피해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사망자의 지인들이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연합]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가 예견된 참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유족과 시민들의 슬픔과 고통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곳의 버스정류장을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참사를 피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뒤늦은 한탄도 나온다.

철거업체는 허가를 받을 때 낸 해체계획서와 달리 저층부에서 철거를 하고, 무너짐 확률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획과 다른 벽면에서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복되는 인재에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었다는 데 시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11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확보한 사고 건물의 해체허가신청서 및 해체계획서에 따르면, 애초 철거계획은 건물 5층 최상층에 옥탑구조물이 있어 5층부터 3층까지 순차적으로 철거한 다음 1~2층에서 작업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공개된 공사현장 사진을 보면, 계획과 달리 건물 중간층부터 철거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외벽 강도가 가장 낮게 나온 건물 왼쪽 벽부터 철거해야 하는데도 후면에서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철거계획서는 철거 순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다른 벽면의 무너짐이 발생할 확률이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밖에 분진 발생을 최소화하기 물뿌리기를 병행하는 압쇄기 공법을 썼는데 살수량이 매뉴얼보다 많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철거업체는 최상층에 크러셔(철거장비)가 닿을 수 있도록 토산을 쌓고 장비를 그 위에 올려 작업하는 방식을 썼는데, 과도한 살수량으로 인해 토산이 무너져내렸다는 것이다.

진작부터 인근 주민 사이에서 공사현장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가 들어가고, 광주 동구청에도 추가로 민원이 들어갔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사고가 발생한 버스정류장이 철거현장 바로 앞에 있었던 터라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겼더라면 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의 목소리도 크다.

광주 동구청 관계자는 “공사를 한다고 인근 버스정류장을 옮기는 절차는 없다”며 “철거업체가 위험성을 판단하면 정류장을 옮겨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낼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박모(62) 씨는 “철거 건물 주변을 통제할 때 인도만 통제하고 대로는 통제 안 했다”며 “관리·감독하는 사람들이 왜 없었나,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1일 사고 사망자 9명 중 4명의 빈소가 차려진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적막한 분위기 속 침통함이 감돌았다.

사고로 외아들 김모(18) 군을 잃은 어머니 A씨는 “최근에 찍은 아들 사진이 4, 5장밖에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것마저도 다 마스크를 찍은 사진들이다. 그 사진만 가지고 어떻게 평생을 그리워하며 사느냐”며 “아들이 아빠만큼 키가 크면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찍지 않은 게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을 보며 제3자라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인 걸 알게 됐다”며 “몇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 또 일어났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가 아니냐”고 가슴을 쳤다.

전날 오후 광주 동구청 앞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조문하러온 시민들의 발길이 내내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42분 학원에 가기 전 분향소를 찾은 박지혜(21) 씨는 “평범한 하루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게 믿기지 않아서 왔다. 54번 버스를 자주 타는데 ‘2021년에 이런 사고가 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히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