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관련법안 24개 무더기 발의
소극적인 금융위에 여당이 적극적 입법
野도 가상자산수익 과세 비판법안 내놔
가상자산 사기범죄 처벌 법률안도 등장
사실상 무법지대였던 가상자산 시장이 정통 금융투자 시장으로 편입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자, 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발의된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가상자산시장의 질서를 부여할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목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엔 가상자산이 정식 금융시장으로 성큼 들어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총 24개다. 가상자산에 대한 법과 제도를 설비하는 3개의 제정안과 기존 법률안을 고친 21개의 개정안으로 나뉜다. 제정안은 각각 이용우·김병욱·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으며 개정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안됐다.
먼저 여당 의원들의 제정안을 보면, 일제히 가상자산 거래소에 유일한 법적 안전망인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이 불법 유출, 시세 조종 등 가상자산과 관련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금법은 거래소에 대한 검증을 모두 은행에 맡긴 채 자금세탁 및 테러방지를 목적으로 할 뿐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율규제 및 책임을 부과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세 제정안이 법안에서 언급한 이유기도 하다.
또 가상자산사업자를 감시·규제할 주체로 금융위를 가리키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수리권, 검사·감독권, 행정조치권을 모두 금융위 소속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게 맡긴 현행 특금법과 다른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사업을 신고하고 또 감시를 받아야 하는데, 세 제정안은 가상자산 소관부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가 가상자산사업자를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가상자산도 자본시장법의 지배를 받는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처럼 가상자산법의 지배를 받아 정식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국회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경숙 의원은 “‘가상자산이 내재가치가 없어 인정할 수 없다’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특금법으로 투자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말한 건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한 발언이라고 본다”며 “가상자산사업 이용자 보호뿐만이 아니라 가상자산에 대한 개념, 거래소 운영을 위한 허가 등의 내용을 담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형태의 가상자산사업자가 당국의 인가를 받도록 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가상자산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별도 예치하고 피해보상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용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입증 책임이나 손해배상을 지도록 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사업자를 감독하고,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을 경우 영업정지·시정명령·주의·경고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 금융당국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눴다.
이용우 의원은 가상자산사업자가 방문판매·전화권유판매·다단계판매 등과 유사한 방법으로 매매·중개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판매 방식을 제한하는 조항을 법안에 넣었다. 가상자산 수탁사와 지갑기업은 금융위에 등록을, 거래소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 이 의원은 민간의 사업자단체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 의원 측은 통화에서 “특금법으로는 주가 조작과도 같은 시세조정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 판매 방식 제한 조항도 없어 별도의 가상자산 법안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병욱 의원은 민간사업자 단체뿐 아니라 ‘가상자산업협회’를 설립하고, 가상자산업자 가입 의무화를 통한 자율규제를 강조했다. 수탁사와 거래소는 금융위에 등록을, 나머지는 신고해야 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야당에선 정부가 내년부터 250만원이 넘는 가상자산 수익에 걷기로 한 세금을 비판하는 법안을 내놨다.
유경준·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주무부처도 없고, 가상자산이 자산인지, 금융상품인지 명확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과세만 하는 것은 납세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시점을 1~2년 늦추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공직자의 가상자산 투기를 방지하는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3건이나 발의됐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의 등록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도록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공직자의 재산과 관련한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법안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 밖에 가상자산 사기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안들도 발의됐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유사수신행위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가상자산 범죄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불특정다수를 다중사기 범죄행위의 규제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다중사기범죄의 피해 방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홍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