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최근 6년 일몰규제심사 분석
9200개 대상 법안 중 266건만 폐지
호주는 10년 지나면 자동적으로 폐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규제일몰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계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현행 규제일몰제는 실효성이 없다”면서 “호주처럼 규제 시행 후 10년이 지나면 규제를 자동으로 폐지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재입법(repeal and replacement)을 통해 신설하도록 하는 등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경련이 2015년부터 2020년 재검토형 일몰 규제 심사 결과를 보면 전체 9200건 가운데 2.9%인 266건만 폐지됐고 나머지 93.4%는 규제가 연장됐다. 기존 규제의 존속 비중은 69.2%였고, 개선 후 존속 또한 24.2%에 달했다.
일례로 대형마트 출점 제한 규제의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상 마찰 우려를 고려해 3년 후 폐지를 전제로 2010년부터 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이후 3차례의 일몰 연장을 거쳐 오는 2025년까지 연장됐다.
일몰 대상 규제는 부처 자체평가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한 후 법령안의 정비를 추진하는 절차를 거친다. 전경련 측은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평가 없이 단순 재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사실상 부실 심사”라고 지적했다.
일몰 대상 규제 목록과 심사 결과 등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전경련은 일몰 규제의 연장 등을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들조차 개별 규제의 검토 내용을 모르고 일몰 연장을 의결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전경련 측은 “규제일몰제가 사실상 규제 도입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규제사후영향평가 분야의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호주의 경우 규제는 발효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뒤 자동 폐지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규제가 계속 필요한 경우 규제 신설과 같은 재입법 절차를거쳐 기존 규제를 대체해야 한다.
호주 법무부의 사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일몰 시한이 2012년 4월∼2018년 10월인 일몰 대상 규제 중에서 34%는 대체입법 없이 폐지됐고, 28%는 일몰 기한 도래 전 폐지됐다. 아울러 38%만 대체입법이 만들어졌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을 추진하려면 효력 상실형 일몰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고, 일몰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