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일가, 서울대병원 측에 “환아들의 지방 의료공백 해소” 메시지 전달

재계 “고인의 뜻 담긴 것”, 의료계 “전국 어린이 환자 1만7000명에 혜택”

지난 1993년 4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서울병원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지난 1993년 4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서울병원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고르게 혜택을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의료계에 당부했다.

10일 재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최근 서울대병원 측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등을 앓는 지방 어린이 환자들의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전국의 환아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서울대병원은 전국 45개 상급 병원과 17개 어린이병원이 함께 참여하는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단’을 출범시키는 등 환아 치료 분야에서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의 유족들은 지난달 28일 상속세 납부와 사회 환원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의료공헌을 위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에 5000억원, 소아암이나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등에는 3000억원을 각각 기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유족 측의 이번 메시지도 평소 생명존중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어린이 복지 향상에 큰 관심을 가졌던 고인의 유지를 받든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미술품을 지역 곳곳에 기증한 것이나 지방 의료 공백 해소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전국을 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고인의 유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매년 1300여명의 소아암 환자들이 발생하고 이 중에서 400명 가량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의료선진국으로 꼽히지만 소아질환이 성인에 비해 종류가 다양한 반면, 특정 질병당 환자 수가 적어서 치료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국 상급 종합병원 45곳은 대부분 소아과 전문의를 두자릿수 이상 채용하고 있으나 그나마도 절반에 가까운 22곳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형병원 중에서도 중증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치료가 가능한 곳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어린이병원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삼성서울병원 ▷강원대·충남대 병원 ▷경북대·전남대·경북대·부산대 어린이병원 등 11곳에 불과하다.

사업단 관계자는 “중증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 11곳 중 절반에 해당하는 다섯 곳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 같은 지방의 의료 공백으로 인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어린이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삼성 일가의 3000억원대 기부로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전국 어린이 환자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