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기증 정신 잘 살려 별도 전시실·특별관 검토하라”
황희 장관 “신규미술관 건립 유관기관과 적극 검토”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과 관련 기증한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량으로 작품을 기증받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특별관 설치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상설전시가 가능해 언제나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건희 회장의 유족은 28일 이건희 컬렉션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에 기증한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는 이건희 회장의 생전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기증은 사상 처음 있는 것으로, 국내 문화자산 보호는 물론 미술사 연구와 국민 문화향유권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기증받은 기관들은 기증품 관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수장고나 전시관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이건희 특별관'을 챙기고 나섰기에, 공간 신축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2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을 놓고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국립근대미술관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유례없는 대규모 기증에 수장고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어떤 형태가 될 지는 모르겠으나 신규 미술관 건립 등을 유관기관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별관이나 상설전시장 이외 미술관 혹은 박물관 신축이 거론되는 이유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근대미술품 2000여점이 있다. 이것과 이번에 기증받은 근대미술품을 더하면 5~6000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도면 근대미술품 단독 미술관도 충분히 세울 수 있다"며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부지나 송현동 옛 미국 대사관 부지 등이 (미술관 신축)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 이전부터 물납제와 함께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던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이 회장이 생전 우리 문화재가 국내외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던 만큼 기증은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를 여러곳에 흩어 놓을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해야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은 사실 이병철 회장때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컬렉션 맥락에 어긋나지 않도록 잘 디렉팅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그냥 전시실이 아니다. 건축부터 컬렉션을 잘 품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미술관 전체가 '보물'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건희 컬렉션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황 장관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 등 여러 기관이 연대해 공동 해외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다. 해외 관광객이 와서 꼭 찾아가고 싶은 미술관이 한국에도 생길수 있게 됐다는데 이번 기부의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