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 백신 접종 대상자가 보건교사·돌봄종사자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집단면역이 달성되면 코로나 이후, 즉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가 예견한 대로 포스트코로나 사회는 팬데믹 이전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 산업이 이미 온라인 비대면 경제활동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고, 건강·보건의료 분야의 연구·개발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국가별로 식량 수급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요 곡물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큰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를 비롯한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은 바이러스 확산 방지 및 자국 내 수급 안정을 위해 곡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다행히 일시적 조치에 그치기는 했으나 인근 수입국들에서는 식품 사재기가 발생하고 곡물값이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19년 기준 45.8%다. 우리 땅에서 생산한 식량만으로는 국민의 절반조차 먹여살릴 수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2016년 50.8%, 2017년 48.9%, 2018년 46.7%로 식량자급률은 해마다 하락세다. 부족한 절반 이상의 식량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콩은 72%에 가까운 물량을, 밀은 99%에 가까운 물량을 수입한다.
전염병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도 식량 수급에 커다란 위협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홍수 등이 반복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작황 부진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 곡물 조달의 불안정성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과거에는 남는 식량, 즉 재고량 감축을 목표로 식량 수급 정책을 펼쳤다. 이제는 달라졌다. 안정적인 식량 재고량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줄이는 정책’에서 ‘확보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곡물 수입이 어려운 비상상황에 대비해 일정 물량의 식량을 상시 비축하고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공공비축 정책이 시급하며 절실하다.
주변국들은 이미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비축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중국저비량관리총공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식량은 9개월분의 소비량을 비축하고 있다. 일본은 밀 2~3개월분, 사료곡물 2개월분을 비축하고 식량위기 대응 매뉴얼을 법제화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쌀 소비 전량을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쌀 비축제도에 따라 수입물량의 배를 비축하고 있다.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굳건히 하기 위한 공공비축 정책의 일환으로 식량의 비축·물류·가공이 한 곳에서 가능한 ‘식량콤비나트’ 설립을 제안한다. 대규모 곡물엘리베이터 건설을 통해 공공비축 물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식품가공공장들이 집적한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선진화된 하역시설과 대규모 물류시설을 구축해 곡물 메이저 회사를 유치한다면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에 식량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양강을 이뤘던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한 주요 원인은 국제사회의 식량 수출 금지 조치였다. 밀 수입이 막히면서 악화된 식량 부족 사태는 결국 연방 해체로 이어졌고, 식량의 파급력이 무기보다 강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식량안보의 핵심은 어떤 재난과 위기 속에서도 일정한 식량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국가가 국민에게 약속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