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교육부·문체부·대학들에 개선 권고
직권조사서 대학선수 38%가 “외박·외출 제한 경험”
“통제 가해자, 선배·지도자”…“통제 필요” 12% 불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대학 운동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폭력 문제의 배경에는 엄격한 위계 문화와 그에 따른 폭력적 통제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대학 운동부 직권조사를 벌인 결과 위계적·강압적 문화에 따른 폭력적 통제 관행을 규제·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를 대한체육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운동부를 운영하는 주요 대학에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는 진정 사건이 접수된 대학과 전문 운동선수 100명 이상, 운동부 10개 이상을 운영하는 9개 대학교 운동부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면담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설문조사에서 구타, 체벌 등 신체폭력(15.9%·이하 중복 응답)이나 성 폭력(9.3%)은 과거 조사보다 줄어들었지만, 일상 행위 통제 문제는 여전히 심각했다.
대학 선수의 38.0%는 외박·외출 제한을 경험했고, 37.2%는 두발 길이 복장에서 제한을 받은 적 있다고 응답했다. 32.2%는 선배의 심부름이나 빨래·청소를 강요받았다. 쉬는 시간 휴대전화 사용(22.5%)이나 데이트를 제한 받는 경우(13.6%)도 적지 않았다. 비하, 욕설 등 언어폭력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29.1%가 손을 들었다.
이러한 일상 행위의 통제와 제한은 주로 선배 선수(65.6%)와 지도자(50.3%)에 의해 이뤄졌다. 발생 장소는 숙소(67.5%)와 운동하는 곳(49.5%)이 절대적이었다. 대학 선수 46%는 일상 통제나 폭력이 운동에 필요한 행동이 아니라고 봤고,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2.4%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일상 행위의 통제는 운동부의 위계적 문화를 배경으로 이뤄지며, 평범한 통제가 아니라 이를 강제적으로 이행시키기 위해 폭력적 수단과 관습이 적용되는 ‘폭력적 통제’에 해당한다”며 “위계 우위에 있는 사람들은 폭력적 통제를 하면서 폭력 자체에 둔감해져 심각한 폭력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폭력적 통제는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대학생들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선수들의 자기결정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 나아가 행복추구권 등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봤다.
그러나 폭력적 통제에 대한 대학과 정부, 체육 관계기관의 대응과 정책은 미진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는 폭력적 통제에 대한 인식 부족과 조사·처벌 규정 부재, 대학 내 구제 체계 인력·예산 부족 등을 인권위는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