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증가 1500조원 기록
전체 딜의 25%가 SPAC 거래
신속 절차 장점 닷컴열풍 추월
올 1분기 전세계 인수·합병(M&A) 규모가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붐을 탄 영향이다.
1일 글로벌 금융데이터 기업인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합의된 전세계 M&A 규모가 1조3000억달러(약 1500조원)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으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00년 닷컴 투자 열풍 때보다 더 컸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기저효과가 작용해 작년 1분기(5000억달러) 대비 160%의 성장세를 보였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로 M&A가 급감했던 시기다.
M&A 붐은 협상을 중간에서 조율하는 주간사 투자은행들에도 막대한 이윤을 안겨다 줬다. 투자은행들의 1분기 수수료 수입은 약 370억달러로 20여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스팩을 통한 M&A 거래가 두드러졌다. 스팩은 이른바 ‘백지수표 회사’로 불린다. 통상 기업공개(IPO)는 회사가 가치를 올려 증시에 상장하고 일반 주주들이 그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스팩은 그 반대다. 사모펀드와 같은 기관 투자자가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 회사를 증시에 올려 개인 투자자에게 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가치 있는 회사를 골라서 인수한다.
올 1분기 미국에서 이뤄진 스팩과의 합병 규모는 1720억달러로 전체 딜 거래의 25%를 차지했다. ‘테슬라 대항마’로 불리는 미국 전기차 회사 루시드모터스의 스팩 상장이 대표적이다. 루시드는 지난달 스팩 회사 처칠캐피탈IV(CCIV)과 합병을 통한 상장에 합의했다. 합병 후 두 기업의 가치는 24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달에는 이스라엘의 해외주식·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이토로(eToro)가 은행권 거물인 베치 코헨이 설립한 스팩 회사 핀테크 애퀴지션 코프(FTCV)와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합병회사 가치는 무려 104억달러다.
이 밖에 제너럴일렉트릭(GE)이 300억달러 규모의 항공기 임대업 부문을 아일랜드의 에어캡에 매각하기로 했고, 캐네디언 퍼시픽 철도는 290억달러 가치의 미국 캔자스시티 서던 철도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부양책이 M&A를 더 촉발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부양책에는 2조3000억달러의 대출과 1조2000억달러의 투기 등급 채권(정크본드)에 대한 지원이 포함돼 있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