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직자 재산등록 범위를 기존 4급이상에서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자 공직사회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재산등록은 본인 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조부모·부모·자녀)의 재산 정보를 매년 제출해야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는 작업이다. 이번 조치로 650만명이 재산등록을 해야한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반직 공무원은 국가·지방직 4급 이상, 경찰공무원은 총경 이상, 소방공무원은 소방정 이상 고위공무원 등을 재산등록 대상으로 규정한다.

지난해 나온 행정안전부 ‘2020 행정안전통계연보’가 집계한 2019년 12월 기준 전국 공무원 수는 110만4000여 명에 이른다. 정부는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까지 더하면 재산등록 의무화 대상은 130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인사처 재산 등록자 외에 공직자와 직계존비속 520만 명(4인 가족 기준) 역시 소속 기관 감사 부서에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즉, 국민 650만명이 재산등록을 해야하는 셈이다.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조부모·부모·자녀)의 재산 정보를 매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자동차는 물론이고 예금, 대출, 보험 등 금융 정보도 전부 포함된다. 실수로 잘못 등록하면 승진에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

당초 정부에선 행정력의 과다한 낭비를 이유로 전 공직자의 재산 등록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여당의 강한 요구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투기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미 재산 등록이 의무화된 고위 공직자들도 차명 거래 등으로 감시망을 피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부동산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공직자 전원이 감사 부서에 재산을 등록하지만 ‘셀프 감시’로 부동산 투기를 찾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내부 직원의 신도시 투기가 적발되기 전 진행한 자체 평가에서 매년 직원들의 윤리·청렴도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대구공무원노동조합은 전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대구 공노조는 “모든 공직자가 심사 대상이 된다면 이에 따른 조직 증설과 인력 추가 배치는 불가피하고 부실 심사가 필연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로도 충분히 부패 조사와 처벌을 할 수 있는 일에 국민 혈세를 또다시 낭비하려 한다”며 “공무원 노동자와 조직이 범죄집단이라는 사고의 전제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생각할 수 없는 정책이다”고 주장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