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 제안한 배당안·사외이사 선임 모두 부결
2차분쟁 불씨는 여전…박철완 “계속 역할할 것”
국민연금, 박찬구 회장 측 손들어줘 무게 기울어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조카 박철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경영권 사수에 성공했다. 박철완 상무 측이 제안한 배당안과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돼 사실상 박찬구 회장이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박 상무가 앞으로도 조직 구성원과 최대주주로서 계속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숙부와 조카의 다툼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스에서 열린 금호석유화학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박 상무는 이날 출석주주 중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과반이 넘는 52.7%를 득표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 측이 추천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전무가 더 높은 64%를 득표해 백 전무가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날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는 결과 발표에 앞서 "두 안건이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더 많이 득표를 한 하나의 안건만 통과시키기로 주주제안 측과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올 1월 박 상무가 박 회장과 결별을 선언하며 점화된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은 일단 박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10.0%의 지분으로 개인 최대주주인 박 상무는 박 회장의 퇴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총을 사흘 앞둔 지난 23일 국민연금이 박 회장 측의 배당안과 이사 선임안을 모두 찬성하기로 결정하면서 무게추는 이미 박 회장 측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박 회장은 이날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주주들의 관심을 모았던 배당안도 박 회장 측의 안건(보통주 주당 4200원)이 찬성률 64.4%로 통과했다. 박 상무가 제안한 고배당안(보통주 주당 1만1000원)은 35.6% 득표에 그쳐 부결됐다.
이밖에 박 상무가 추천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들도 모두 30% 미만의 득표율에 그쳐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박 회장 측이 내세운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이 60~70%의 득표를 얻어 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선임안도 박 회장 측이 추천한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찬성률 69.3%로 주총 문턱을 넘었다. 박 상무가 추천한 이병남 후보 선임안은 30.5%로 부결됐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분리 안건은 박 회장 측과 박 상무 측의 안건 모두 부결됐다. 정관개정은 특별 결의 사항이라 안건별 찬성률이 66.6%(3분의 2) 이상이어야 하는데 두 안건 모두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으로 '조카의 난'은 일단락됐지만 2차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박 상무가 이번 주총에서 지더라도 조직 구성원과 최대주주로서 계속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내년 주총을 염두한 듯 박 상무의 모친(0.08%)과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4%)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며 박 상무의 특별관계자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박 상무는 앞서 입장문을 통해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회에도 이사와 경영진의 직무집행 행위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위원의 선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주총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유튜브를 통해 주총 현장을 생중계했다. 한때 700명 넘게 동시접속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