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조 대전고검 검사, 검찰 내부망에 글
과거 재소자 수사 후 겪은 일화 언급
한명숙 사건서 후배에게 재소자 조사 맡겨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 죄송하다”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에 참여했던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가 당시 재소자 조사를 맡았던 후배 검사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양 검사는 “이런 일이 모든 검사에게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했다.
양 검사는 18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고, 과거 재소자 조사 후 ‘회유·협박 했다’는 지역신문 보도 경험을 언급하며 재소자를 멀리하게 된 이유를 적었다.
양 검사는 사기 혐의 구속사건으로 송치된 피의자가 “최근 (양 검사가) 구속기소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3억원 뇌물을 건넨 전달책”이라며 “사진도 찍어놨고, 처가 사진을 보관 중인데 그것까지 하시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얘기한 일화로 운을 뗐다.
그 말을 들은 양 검사는 ‘그게 사실이면 고발장을 제출하시라’고 전했는데, 그 뒤 지역신문에 ‘검찰에서 사기 사건 재소자한테 지자체장 뇌물사건을 불라고 회유 협박했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했다. 양 검사는 해당 피의자가 본인 첫 재판에서 이를 언급했고, 기자가 이를 듣고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지자체장 뇌물 사건 공판에서 변호인이 기사를 제시하며 사기 사건 피의자인 재소자를 증인신청하며 표적 수사를 입증하겠다고 주장했고, 양 검사는 현장에서 반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 재소자 말에 따라 사진을 확보하려 했거나 처를 불러 조사했다면 그 자체가 소명자료가 될 뻔했다”고 썼다.
양 검사는 이 사건을 겪은 후 재소자를 멀리하게 됐다며 “몇 년이 흐른 후 공여자가 말을 바꾼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준 것으로 지목된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사망)씨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양 검사는 “말을 바꾸기 이전에 구치소에서 ‘말을 바꾼다더라’라는 소문이 무성했고, 수사팀은 ‘이렇게 객관적인 증거가 많은데 그게 가능하냐’고 소문을 무시했다”며 “그런데 진짜로 말을 바꿨다”고 적었다. 한씨는 검찰 수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했는데 재판에선 ‘돈 준 사실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었다.
양 검사는 “(진술 번복) 소문의 근원인 재소자 조사가 불가피하게 됐다”며 “부장 주재 수사팀 회의에서 부장이 ‘누가 재소자 조사할지’ 물었고, 말석(가장 후임)인 검사와 차말석인 제가 남았다”고 했다. 이어 “말석인 후배 검사를 위해서라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마땅했는데 재소자와의 추억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말석 검사가 조사를 담당했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전날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한씨의 동료 재소자 김모씨 모해위증 여부를 다시 심의하라고 수사지휘했다. 이 사안의 쟁점인 모해위증교사는, 당시 수사팀 검사들이 모해를 목적으로 위증 등을 시켰다는 게 골자다. 때문에 위증 당사자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김씨에 대해 기소 결정이 날 경우, 공범이 되는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공소시효도 멈추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