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확률은 반반이다.”

최근 이야기를 나눈 쌍용자동차의 한 부품협력사 관계자는 섣부른 희망론을 자제했다. 예상보다 길어지는 투자협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인도중앙은행(RBI)이 마힌드라의 감자를 승인하는 공식 문서가 쌍용차에 접수되면서 쌍용차가 준비해온 P플랜(사전회생계획·Pre-packaged plan)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 협력사들은 고난의 날을 마주하고 있다.

지난 8일 예병태 쌍용차 사장과 최병훈 비상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만난 자리는 격앙된 분위기가 형성됐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언성을 높이면서 향후 계획을 요구했으나 쌍용차 측은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후 이들의 만남은 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의 직접적인 지원 가능성도 미지수다. 모두 사태의 실마리를 쥔 유력 투자 후보인 HAAH오토모티브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누군가에겐 피할 수 없는 ‘희망고문’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협력사별로 감내하는 고통의 크기는 다르다. 현재 쌍용차 생산라인에 납품되는 부품대금을 받은 업체가 있는 반면, 단 1원도 받지 않은 곳도 있어서다. 채권 회수에 대한 기준이 없는 데다 어느 협력사에 대금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어 협력사들은 입을 닫고 있다.

유력 후보자의 인수 결정이 나기 전까지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쌍용차의 기조에 최근 경영난이 심각한 일부 업체가 거래를 끊는 상황도 빚어졌다. 공급처를 바꾸면서 생산라인은 유지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하루에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부품이 400~500개라고 가정한다면 현재 200~300개 정도로 가동률을 낮춘 상황”이라며 “정상적으로 투자협상이 이뤄진다면 그간 밀린 납품대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솔직히 답이 없다”고 말했다.

협력사의 의구심도 짙어지고 있다. 쌍용차가 ‘협상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차선책을 언급하지 않은 탓이다. HAAH오토모티브의 투자처가 회생신청 전 발생한 공익채권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소문에 정치권에 호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이에 비대위는 쌍용차보다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에게 현 상황을 전파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결론을 낼 수 없어 더 답답하다”며 “(쌍용차 정상화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를 때 핵심 인사들이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자체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HAAH오토모티브의 결단만 남은 가운데 쌍용차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른바 ‘플랜B’다. 비핵심 자산과 구조조정 등 강력한 경영쇄신안을 비롯해 부품협력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지역경제는 물론 협력사 10만여 명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과거에 겪었던 뼈아픈 기억이 재연돼선 더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