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권침해·권한남용 우려
檢, 이재용측 신청 ‘수심위 소집’ 수용
수심위 내주 수사·기소 여부 등 검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가 지난 11일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사심의위) 소집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검찰시민위가 이 부회장 측 주장에 대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재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특정 기업과 기업인을 겨냥한 무리한 수사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이후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사태로 국가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인과 기업에 대한 무리한 수사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올해부터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에서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 35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검토하면서 삼성 등 라이벌의 추격을 따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1월 “이 부회장이 한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공익 제보를 받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후 검·경은 1년 이상 관련 수사를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명백한 위법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불법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의료 시술 과정에서 합법적 처치 외에 프로포폴의 불법 투약은 전혀 없었다”며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번 검찰시민위 의결에 따라 대검 수사심의위는 이르면 내주부터 수사당국과 이 부회장 측의 주장을 검토한 뒤 수사 계속이나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해 검찰에 권고할 예정이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의 수사과정에 대해 심의하고 수사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는 제도다.
법조계 한 인사는 “검찰시민위가 이 부회장의 요구를 수용한 것은 이번 수사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이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어, 외부전문가들에 의한 객관적 판단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월 열렸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를 비롯해 주요 경제단체들이 이 부회장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기업인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인식이 남아있는 것과 관련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쿠팡 등이 미국에 상장하고 있고, 각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하는 시대”라면서 “무조건 옛날의 관점에서 기업인이나 기업을 적폐세력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교수는 “현재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디지털 경제 시대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인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대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