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원화채권 165조원 돌파
금리 변동성 원화채권에 주목
단기 채권 중심으로 순매수 주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국내 증시에서 빠지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외국인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글로벌 전반의 금리가 인상되고 있지만, 신용등급이 양호한 국내 채권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작용하면서 외국인의 순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지난 9일 기준 16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보유잔고는 지난달 23일 160조원을 돌파한 이후 3월 들어 7조6000억원이 순증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53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491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12월말 7.3%였으나 2월말 기준 7.7%로 확대됐고 이달 들어서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원화채권을 사들이는데는 국내 채권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6%까지 치솟는 등 각 국의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 하락 리스크를 피하려는 외국 자금들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서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채는 금리 상승여력이 낮은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한국 채권 가격 하락 폭이 선진국 채권 가격 하락 폭 대비 작을 것이라는 의미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0.93%에서 10일(현지시간) 1.53%로 석달여 만에 60bp(1bp=0.01%) 뛰었다. 같은 기간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초 2.039%에서 10일 기준 2.036%로 오히려 0.3bp 떨어졌다.
금리가 오른, 즉 가격이 떨어진 타국의 채권에 비해 한국 채권의 매력이 높아진 것이 외국인의 원화 채권 순매수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원화채권에 대한 순투자는 5년 이하 중단기물에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잔고 확대를 견인한 것은 2년 이하 단기물이다. 대내외 금리 상승세가 진행되면서 단기 구간에서는 원화채 금리 매력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연초 이후 한-미 금리 스프레드(차이)는 83bp로 소폭 확대됐다. 환헤지 스프레드를 감안한 한국 국고채 3년 기대수익률은 1.09%로 미국채 3년물 대비 83bp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이 5년 이하 단기 구간을 중심으로 원화채 저가매수에 나서는 이유이다.
반면 장기 국고채 시장에 대한 투자 전망은 조심스럽다.
한-미 10년 금리차는 연초 80bp에서 44bp까지 축소됐고, 실제 외국인의 5~10년물 구간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2주간(2월1~19일) 7911억원에서 1272억원으로 축소됐다.
박민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물 등 단기 구간에서의 상대적 금리 매력은 오히려 확대되면서 외국인은 단기물 위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다만, 대외 금리가 상승하면서 장기 국고채의 상대적 금리 매력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