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수사 경험자들 ‘쓴소리’

LH 의혹제기 일주일만에 압색

검사들 “진작 자료확보 했어야”

한국주택토지공사(LH) 임직원 투기 의혹 고발 사건이 검찰에도 배당됐지만,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주체를 정리하는 문제가 반복되면서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부패범죄 수사 경험자들은 수사 속도를 내지 않으면 의혹 규명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9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정부의 광명·시흥 신도시 계획 발표 전 LH 직원과 가족들이 토지를 사전 매입해 투기했다는 의혹 관련 사건의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올해 1월 개정 시행된 검찰청법과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상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준비생 모임이 지난 3일과 4일 두 차례에 걸쳐 고발한 사건들도 각각 창원지검 진주지청과 수원지검 안산지청으로 넘겨졌지만 현 단계에서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부랴부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포함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날 LH 압수수색에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으로 관련 의혹을 제기한지 약 일주일 만이다. 하지만 기존에 부패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이번 사건의 초기 대응부터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현직 검사장은 “수사는 시점이 생명”이라며 “언론 보도가 이렇게 나오는데 토지 매입에 관여한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일선의 한 차장검사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했다고 하는 사안은 되게 어려운 사건”이라며 “내부 정보를 어떻게 알고 활용했는지 접근하기 위해선 우선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재산을 묶는 보전처분을 해야 하는데, 본격적인 수사 착수도 못하는 사이에 돈도 숨고 사람도 숨고 증거도 숨는다”고 지적했다.

기업 비리 사건에 정통한 한 현직 검사장도 “국토교통부와 LH 압수수색부터 진작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결재라인에서 정보가 유출됐는지 보려면 사내 메신저, 이메일 등을 확보해서 보는 게 기초”라고 말했다. 투기 자체는 물론이고, 투기를 가능하게 한 정보 유출 과정을 살펴야 하는데 초기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범죄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의 양대 축인 검찰과 경찰 사이 수사 주체 정리뿐만 아니라 새로 신설된 공수처와 기존 수사기관의 관할 정리도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사 관련 사안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공수처가 아직 검사 인선을 완료하지 못해 현실적으로 당장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현재 수사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안대용·박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