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좋아하세요?”
“물론이죠. K팝 좋아해요.”
외국인과 대면할 때 흔한 이 상황은 반전이 있다. 무슨 말인가하면, 묻는 이와 답하는 이가 뒤바뀐 상황이란 얘기다. 전자는 외국인이다. 러시아, 헝가리, 에콰도르 10대 소녀들이다. 이들이 한국사람에게 K팝을 좋아하냐고 묻는다. 영어로 묻기도 하고, 수줍어하며 우리말로 어눌하게 띄엄 띄엄 묻기도 한다.
질문을 받은 19살의 한국 청년은 좀 의아스럽다. 그가 물어봐야 할 질문을 외국인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난 한국사람이고 당연히 K팝 좋아한다”고 말하자, 상대방 소녀들은 꺅꺅!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하트를 보내고 호감을 발산한다.
한국 청년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다. 당연한 일인데,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데, 그들의 대답이 또 놀랍고 아프다. 한국에서 K팝 좋아한다고 하면 우습게 보고, '덕질'한다며 비하한다는 것이다.
한국 청년은 그렇지 않다고, 많은 한국사람들이 당신들처럼 K팝 좋아하고, BTS, 블랙핑크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K팝, 한국 문화를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진심어린 마음을 전한다.
코로나 때문에 세상 가장 행복해야 할 대학1학년을 망치고 집순이가 된 딸이 며칠 전 보여준 화제의 유튜브 영상이다. 이 영상들은 수십 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로 실시간 국제 채팅을 하는 이 채널의 청년은 약 15분 정도 10여명의 외국인과 1~3분 정도씩 채팅을 하는데, 접속자들은 주로 K팝, 한국 드라마 등을 좋아하는 소녀들인 듯하다. 국적은 러시아, 케냐, 헝가리, 폴란드, 태국 등 그야말로 글로벌하다. 우리말도 한 두 마디씩 하고, 한국에 살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K푸드, 심지어 KBS방송을 좋아한다는 이도 있다. 청년이 서울에 산다고 하니 놀라워하며 비명을 지른다. 많은 한국인들이 서울에 산다고 말해도 몹시 부럽다는 투다.
한류가 제대로 붐을 탄 것처럼 보인다. 최근 한류는 초기 드라마 등 한 쟝르에 국한되지 않고 K팝을 선두로 영화, 웹툰, 음식, 뷰티 등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좀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한계에 갇혀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국문화콘텐츠 소비는 2019년에 비해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음악, 패션, 게임 등 전반적으로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와 음식은 상대적으로 줄었는데, 코로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K콘텐츠 소비시장은 인도네시아가 압도적이다. 베트남, 인도 등이 뒤를 잇고, UAE, 터키 등도 소비 톱 3에 들곤 한다. 눈에 띄는 건 한일경제전쟁 이후 소원해진 한일관계가 문화에 미친 영향이다. 일본은 모든 콘텐츠에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의 소비를 기록했다. 하위 톱3에는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가 포함됐다.
여전히 한국 콘텐츠 소비가 아시아 국가에 집중된 반면 미주, 유럽, 아프리카는 소수 마니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 평균 연령층이 29~31세 여성에 치중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재 디지털 세계를 움직이는 원주민 Z세대와 거리가 있다. 미래 확산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4차산업혁명 · 비대면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류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이윤미 문화부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