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얘 넌 누구니?” “전 배달 로봇이에요, 길을 비켜주세요!”
내가 주문한 초밥을 로봇이 배달한다. 배달 중 누군가 앞길을 막으면 “비켜달라”며 말대꾸(?)도 한다. 길을 터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쿨하게 갈 길을 간다.
먼 미래로만 느껴지던 로봇배달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시범 운영 중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주문 건수도 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길가는 행인과 간단한 대화를 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 온라인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배달로봇과 대화를 한 일화가 화제다. 광교에 거주하는 K씨는 엄마와 길을 걷던 중 음식을 배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배달로봇를 만났다. 호기심에 로봇에게 “얘 넌 누구니?”라고 묻자 배달로봇은 “저는 배달 로봇이에요”라고 말했다.
대답에 놀란 모녀는 잠시 로봇의 앞을 막게 됐다. 그러자 로봇은 곧 “그렇게 길을 막으시면 제가 지나갈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K씨는 “이 말을 듣고 길을 비켜주자, (로봇은) 다시 배달 임무를 수행하러 ‘뽈뽈뽈’ 갔다”고 설명했다.
모녀를 놀라게 한 배달로봇은 바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딜리드라이브’(이하 딜리)다. 딜리는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거나 간단한 확인 및 안내가 필요한 상황 등에서 관제실 통제에 따라 음성을 통해 멘트가 나갈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배달로봇 딜리에요”라는 인사말부터, “잠시만요, 저 좀 지나갈게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표현도 할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 광교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딜리드라이브’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5대로 시작했던 딜리는 주문량이 늘면서 현재 8대로 그 수가 증가했다. 한번에 도시락 6개나 음료 12잔 정도 배달이 가능하다.
딜리는 아파트 내 입점 상가와 아파트의 각 동 1층 등을 오가며 배달을 수행한다. 평소에는 아파트 단지 내 마련된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식당으로 이동한다. 고객은 배민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딜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알림톡 2회와 전화알림으로 이동 상황을 알려준다.
딜리는 아직 지상 1층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고객은 딜리에게 음식을 받기 위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야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연내 로봇 스스로 아파트 출입문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배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