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의식한 듯 “당정 감정싸움 안 돼”
민주당 “文, 당 재정 확장요구 전폭 수용”
대통령 ‘이견 노출 자제’에 다른 현안은 ‘침묵’
이낙연 “신현수 사의 문제, 빨리 해결됐으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현안마다 불거진 당정청 내 이견을 두고 “이견은 절제돼 알려지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공개 설전을 벌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의식한 듯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불거진 검찰과의 갈등은 회의에서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20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오전 청와대에서 진행된 민주당 지도부와의 오찬 겸 당청 회의에서 “당정 간의 이견은 절제돼 밖으로 알려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게 이뤄진 논의였지만,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당정 간 이견이 있더라도 감정적 표현 등은 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당정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적 강경한 어조로 관련 내용을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당정 간 한목소리를 주문한 것은 이례적으로, 홍 부총리와 민주당 지도부의 갈등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홍 부총리는 이 대표가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을 동시에 논의하겠다”고 하자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홍 부총리에 대한 공개 비판이 쏟아졌고,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 지기는 곳간 지기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사퇴를 거론하기도 했다.
급기야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개적으로 홍 부총리를 향해 “경제관료로서 자질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해 보셔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고, 홍 부총리는 이에 반박하듯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이라는 문구를 개인 SNS에 게시했다.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여당의 집중포화에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접 당정 간 이견을 언급하며 민주당 내에서는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코로나19 전국민 보편지원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사실상 당의 입장을 수용한 셈”이라며 “당정 간 이견을 절제하라는 것 역시 홍 부총리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최인호 당 수석대변인 역시 “문 대통령의 국민 위로용 재난지원금 검토 가능 발언은 그간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코로나 진정 때 소비진작용 지원금을 건의한 것에 대한 전폭적 수용 의미라고 본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문 대통령이 당 지도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견 노출을 자제하라”고 언급하며 이날 회의에서는 사의를 표명한 신 수석 등의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른 얘기가 나올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대통령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에서도 이를 의식해 관련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직접 ‘이견 노출을 자제하라’고 언급했는데 당에서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며 “당 지도부 역시 사전에 ‘관련 내용은 당에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점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수석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청와대 비서관 인사는 당정 협의사항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거론하기 적절한 의제가 아니었다”라며 “개인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지만,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