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How did I ever live without Coupang?)”
국내 e커머스 대표 사업자인 쿠팡이 초기에 내세웠던 사업 목표는 다소 도발적이었다. 누구한테 사든 싸게만 사면 최고였던 온라인 시장에서 ‘쿠팡이 없는 세계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공언을 하다니. 그땐 막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의 패기어린 치기(稚氣)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나흘씩 걸리던 배송을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당일배송으로 바꿔 배송 지연에 따른 답답함이 줄어들었다. 초기 시장성이 없어 보이던 새벽배송도 쿠팡이 시작하자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며 누구나 사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최근 시작한 음식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집 밖을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말 쿠팡 없이 코로나를 어떻게 견뎠을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쿠팡이 지난 12일 미국 증시에 상장을 위한 신고서에도 사업 목표를 창업 초기와 똑같이 적었다. 특히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투자자 레터에서 “단순한 유통 채널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쿠팡 인프라를 통해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치기 어리다 생각했던 쿠팡의 사업 목표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필자로선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이 단순히 한 기업의 성장 발판이 아니라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로 돌아올 것 같아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상장으로 인해 들어온 자금을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쓰겠다고 한 점도 쿠팡의 상장에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보통 스타트업은 투자금을 유치 후 5~7년 후에 매각이나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모아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돕는다. 하지만 쿠팡은 증시 상장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돕거나 누적 적자 해소에 자금을 쓸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시원하게 걷어차고 ‘마이 웨이(My Way)’를 가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상장으로 유입되는 조 단위의 시장 자금으로 7개 지역에 추가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건설하기로 했다. 국내 e커머스 서비스를 강화해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5만개의 신규 고용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쿠팡의 직·간접 고용 인원이 5만여명임을 고려하면 4년 이내에 고용 규모를 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의 시장 가치가 55조원 이상이 된다거나 홍남기 경제부총리 말처럼 “한국 유니콘 기업 최초의 성과”라는 사실 때문에 쿠팡의 상장이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김범석 의장의 연봉이나 쿠팡 투자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거둘 수익률 같은 건 사실 남의 일일 뿐이다. 미국 시장에서 들어오는 거대한 자금이 한국 e커머스 시장의 고도화에 쓰인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질 업계 내 지각 변동으로 더욱 좋아질 국내 소비자 효용이 쿠팡 상장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이다. 좁은 우물에 갇혀 수십년간 발전이 더뎠던 국내 유통업계가 쿠팡의 거침없는 도전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업그레이드 될 미래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