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

배심원단-판사 결론 일치율은 95~97%

법원은 여론 부담 덜 수 있지만 참여률 저조

한 때 연 700건까지 올라갔던 참여재판 100건대로 떨어져

국민참여재판 모습 [연합]
국민참여재판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형사재판에 배심원을 두고, 일반인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7년 6월 도입됐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는 판사의 판단을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하면 위헌 논란이 생기는 데다 피고인 참여율도 저조해 실제 활용도가 높지 않다.

29일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국민참여재판 시행률은 1.7%에 그쳤다. 2018년 180건에 비해 5건 감소한 17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심 법원에서 형사재판을 받은 피고인 수는 23만여명에 달한다.

국민참여재판은 당사자가 신청하고, 재판부가 받아들여야 열린다. 국민참여재판을 강제할 수는 없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법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참여재판이 거론되고 있지만 헌법에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는 이상 전면적 배심제를 실시하는 것은 위헌이 된다.

따라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의견은 기속력이 없기 때문에,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형성된 판결은 항소하더라도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파기할 수 없다는 판례를 통해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존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2008~2017년까지 1심에서 국민참여재판 결론이 난 항소심 사건 1747건 중 1234건이 결론이 유지됐고 497건이 파기됐다. 1심 결론이 항소심에서 달라진 비율은 28.4%로, 같은 기간 일반사건 파기율 40.5%보다 낮았다. 실제 항소심에서도 국민참여재판 결론을 존중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참여재판 도입 당시 지적됐던 배심원단의 전문성 부족 우려는 불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판사의 판단과 배심원 결론이 일치하는 비율이 95~97%에 달하기 때문이다. 2008~2017년 10년 동안 배심원 판결과 재판부 판단이 일치한 비율은 93.2%에 달했다. 배심원은 전과자를 제외한 만 20세 이상의 일반시민으로 구성된다. 남녀 비율이 각각 절반 정도로 균형을 이루지만, 50대 이상 참여 비중이 높은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평일에 열리는 재판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당사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치 않기 때문에 활성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나 성범죄 등 비난가능성이 높은 피고인일수록 참여재판을 꺼린다. 2008년 국민참여재판 접수사건은 233건이었지만, 2012년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을 ‘모든 합의부 관할 사건’으로 확대하면서 신청건수가 증가해 756건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타고 100건대로 떨어졌다.

변호인도 참여재판을 낯설어한다. 서면을 통한 의견개진을 중심으로 변론을 하고, 법정에서는 증인심문을 하는 게 통상적인 변론이지만, 참여재판은 프리젠테이션 등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재판일정을 장기간으로 잡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배심원 규모는 법정형을 고려해 7~9명으로 운영된다. 법원은 2배수 이상의 배심원 후보자를 무작위로 선출하는데, 통지를 받은 시민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휴가를 내고 선정기일에 참석해야 한다. 다만 배심원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에 한계가 있어 선정부터 판결까지 주로 하루 안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