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홈술이 일상화되자 와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2ℓ 이하 용기에 넣은 와인 기준) 수입액은 2억75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이상 늘었다. 전년도 증가율(5.77%)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와인 수입물량도 4만4592t으로, 31% 이상 뛰었다. 수입금액과 물량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이처럼 와인시장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데도 수입사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자 가격 비교도 그만큼 치열해진 탓이다. 몇몇 소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와인 판매처와 가격을 올려 공유하고, 저렴한 판매처를 방문해 와인만 십수병씩 구입한다. 이에 발맞춰 일부 판매처들도 와인 가격을 낮추거나 별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와인 마니아를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판매사들의 ‘반짝세일’에 의한 것이었을지라도 한 번 낮아진 와인 가격은 그대로 시장 가격으로 굳어져 다시는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윤도 얼마 나지 않는 와인을 판매하려는 곳은 없다. 결국 그 와인은 빛을 보지 못하고 ‘저렴한 와인’이라는 이미지만 남긴 채 시장에서 사라진다. 수입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한 와인 판매자는 “한 번 와인 가격이 낮아지면 그 와인은 시장에서 사장된다”고 말할 정도다.

수입사는 해외 와이너리를 다니며 질 좋은 와인을 들여오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와인을 들여와도 시장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수입사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와인이 제값을 받지 못하니 와이너리와의 관계도 어그러진다.

이에 일부 수입사는 와인 가격에 개입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낮은 값에 와인을 파는 판매처에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몇몇 수입사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시 납품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한다. 저렴한 와인 가격으로 유명한 서울 시내 한 판매처의 직원은 “실제 몇 개월 전 수입사에서 와인을 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수입사의 이 같은 ‘제값 받기’ 노력은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갑질’로 비쳐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일부 판매처는 수입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와인 가격을 촬영하거나 공유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하는데, 이를 본 소비자들은 수입사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수입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인 가격은 더욱 활발히 공유되고, 이에 가격은 더 낮아지며, 수입사가 가격에 개입하면 소비자와 판매처가 수입사를 비판하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판매자 역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장원리다. 다만 좋은 와인을 들여오기 위한 수입사의 노력, 그들이 들여온 와인의 가치도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이제 막 커지고 있는 국내 와인시장이 성숙해지려면 수입사뿐아니라 판매사·소비자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