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 가족 관계없이 본인 소득·재산기준만으로 지원
거리순찰‧상담 인력 2배 확충 등 위기가구 발굴체계 손질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가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한다. 중앙정부가 내년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시부터 한 해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방배동 수급 모자 비극’ 재발 방지를 위해 부양의무제 폐지를 포함해 9대 종합 개선대책을 14일 내놨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일정 수준의 소득과 재산이 있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발생한 방배동 모자 비극 사건은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예정 단지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60대 여성이 생활고 속에 숨진 뒤 반년 넘게 방치된 사례다. 어머니가 숨지자 30대 발달장애 아들은 거리에서 구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생계·의료 급여를 수급할 자격이 됐지만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해 주거급여 외에 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료가 장기 연체됐지만 수급자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한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부양가족이 있어도 소득과 재산 기준(기준중위소득 45% 이하, 1억 3500만 원 이하)만 충족하면 생계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도 손질한다. 그동안 자치구별로 제각각이던 위기가구 방문 모니터링을 위기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설정해 자치구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한다. 자치구는 각 위기 단계별로 계획을 짜고, 위기 정도에 따라 월 1회~연 1회까지 방문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위기가구는 복지부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해 받는 신규 대상자(수급탈락자, 공과금 체납자 등)와 공공지원을 받고 있어 여기에서 제외됐던 기존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을 모두 아울러 방배동 모자 사례 같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서울시는 지역별 편차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25개 전 자치구의 모니터링 상황을 반기별로 점검하고 통합관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고립된 1인 고령가구 관리를 위해 IT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스마트 복지발굴시스템 3종’(취약어르신 IoT 안전관리 솔루션, 스마트플러그, 안심서비스 앱)을 도입한다.
동네 이웃 주민이 직접 위기가구를 발굴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공동체 망도 실효성을 높인다. 총 11만 명의 주민 복지공동체를 2개(명예사회복지공무원, 이웃살피미)로 통합해 운영한다. 동단위에 구성돼 있는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컨트롤타워가 돼 총괄 운영한다.
거리순찰 인력도 확대한다. 노숙자 등을 찾기 위해 거리순찰‧상담 인력도 현재 2개 자치구(중구‧영등포구) 23명에서 14개 자치구(중랑‧서초‧강남구 등) 46명까지 늘린다.
아울러 복지 공무원 교육을 강화한다. 서울시 전체 사회복지직 공무원 4784명을 대상으로 연간 8시간 교육을 의무화해 현장 대응력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복지마인드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민간 전문가를 포함시켜 ‘현장위기대응 광역컨설팅단’을 오는 4월부터 운영한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방배동 수급 모자 가구의 비극은 코로나19 상황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안타까운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이다. 다시 한 번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서울시는 보다 촘촘한 공공의 복지망을 가동해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개선하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스마트 복지로 사각지대 시민을 발굴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의 온정을 실현하는 복지로 위기에 놓인 시민을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