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7~8명은 수입감소…월 수입 100만원 이하 65%
“소득 보전도 어려운데 코로나19 ‘특고지원금’도 못 받아”
노동계 “가사근로자법 제정 필요”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 외환위기(IMF) 때 부도로 파산, 이혼한 40대 김모 씨는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경증 장애인 등 2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전셋집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가 70% 이상 끊기며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다.
#2. 7년째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송모(59) 씨도 지난해 방문 가정이 8곳에서 5곳으로 줄어들었다. 신용불량자인 30대 아들을 부양하는 형편인 데다, 수입까지 줄어든 송 씨는 최근 우울증이 찾아왔지만 생활비조차 모자라 병원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씨와 송 씨처럼 청소, 세탁, 주방일 등 일반 가사 활동을 비롯해 산후 관리, 가정 보육 돌봄 등을 제공하는 가사근로자만 전국에 20만~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가사근로자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가사노동자협회(이하 협회)가 이날 제작·공개한 자료 ‘코로나19 이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여성노동자 위기현황과 정책과제’에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센터의 김선주 부연구위원과 이선행 전문연구원이 기관지인 ‘KWDI 브리프’에 발표한 논문 ‘코로나19 이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여성노동자 위기 현황과 정책과제’가 실려 있다. 해당 논문은 지난해 6월 가사근로자 1096명을 설문조사해 작성됐다.
이 논문을 보면 코로나19 여파로 방문 가사근로자들의 월평균 수입이 112만3000원에서 63만9000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4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사근로자 4명 중 3명은 ‘수입 감소’를 호소했다. 같은 조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수입 감소’(82.4%·중복 응답)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협회가 지난해 11월 가사근로자 113명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76.9%(87명)가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이 중 월 수입이 100만원 이하라는 응답자는 64.6%(73명)에 달했다. 가사근로자 10명 중 7~8명이 자신의 수입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근로자들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소득 보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협회 자체 설문에서 지난해 정부에서 두 차례에 나눠 지급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받았다는 이들은 10.6%(12명)에 불과했다. ‘신청하려 했으나 소득감소를 증명하지 못했다’(22.9%)는 게 주된 이유였다.
가사근로자들은 정부가 특수고용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로 ‘일거리 감소나 실직 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29.7%), ‘일하다가 다쳤을 때 보장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 확대’(18.7%) 등을 꼽았다. 근로기준법이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되며 가사근로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탓에 이들은 휴게·휴일은 물론 연차휴가, 퇴직금, 4대보험 가입 등의 혜택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가사근로자들이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사근로자들의 대부분은 50~60대 고연령층 여성으로 오프라인 직업소개소를 이용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비율은 20~30%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런 탓에 가사근로자고용개선에관한법(가사근로자법) 통과가 시급하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가사근로자법 통과를 촉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ILO)가 10년 전부터 권고했을 만큼 노사정 모두가 찬성하는 대표적인 비쟁점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도 “코로나19로 다수의 가사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지만 정부의 일시지원금 외에 실업급여나 휴직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며 “가사근로자법은 70년간 이어져 온 사회적 배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물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