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304개의 백열전구들이 얼키고 설킨 채 한 목숨처럼 붙어있다. 공간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 핏빛 공간 사이로 전구 10개가 외로운 섬처럼 떨어져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더운 목숨이 명멸하는 빛의 형상으로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따로 떨어져 나온 10개의 전구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종자 수를 의미한다.

2013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수상자인 김윤경숙(44)의 개인전 ‘하얀 비명’이 열리고 있다.

작가는 어린 시절 한 아이의 처참한 교통사고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이후로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전시장 곳곳을 빨간색 비밀 테이프로 덮어버림으로써 상처를 거부하기보다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끊임없이 환기시키려 하고 있다. 억울한 영혼들을 달래는 위령제이자 살풀이다.

세월호 희생자의 마지막 시신이 인양된 이후 102일만에 실종자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그들을 잊기엔 아직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