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마약·불법 성범죄물 판매 경로로 알려진 텔레그램 국내 이용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텔레그램은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마약을 접한 경로이자 ‘n번방’ 미성년자 성착취물이 유포됐던 메신저다.
7일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안드로이드+iOS 기준)에 따르면 지난달 텔레그램의 국내 월간이용자(MAU)는 204만 5147명으로 집계됐다. 월간이용자가 200만명을 넘은 건 처음이다. 오름과 내림세를 반복하다 지난 11월(196만 1305명) 8만 여명이 급증한 탓이다. 지난달까지 텔레그램을 설치한 휴대폰 수는 314만 253대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은 암호화된 비밀대화 기능을 제공해 보안성이 높은 메신저다. 보통 메신저와 달리 대화 내용이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 서버의 위치도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지역 기반으로 서비스를 한다고 추정될 뿐이다. 높은 보안성으로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시위 참가자들이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다. 전세계 약 5억 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보안성은 국내 범죄자의 일탈 무대로 악용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하나씨가 마약을 접한 경로로 알려졌다. 황하나 사건과 연루된 국내 대규모 마약 총책 A씨는 텔레그램 아이디 ‘바티칸 킹덤’을 쓰며 지난해 시중가 10억원 규모의 마약을 유통하기도 했다. 앞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을 비롯한 ‘n번방’ 범죄도 모두 텔레그램에서 일어났다.
정부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막겠다고 나섰지만, 텔레그램에서는 여전히 제2,3의 n번방이 기승을 부린다. 지난달 10일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 촬영물 유통방지 책임을 강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n번방 방지법)이 시행됐지만 법에 명시된 불법 촬영물이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로 정의돼 개인 간의 대화방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용자의 사생활과 통신비밀 침해가 될 수 있어 방송통신위원회도 카카오톡, 이메일 등 사적대화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때문에 현재로선 n번방 과 같은 사적 대화를 통한 불법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를 제재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제2의 n번방에 대한 책임을 인터넷 사업자가 더 부담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무료 정책을 고수하던 텔레그램은 올해부터 유료 모델이 도입될 전망이다. 지난달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개발자 겸 최고경영자는 “회사 성장에 최소 연간 수억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2021년부터 유료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