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아이폰12 돌풍 이 정도일 줄이야…미국에서 ‘삼성’ 찾아볼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 당일,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의 상위권을 아이폰이 싹쓸이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없었다. 애플의 첫 번째 5G(세대) 스마트폰 ‘아이폰12’가 승승장구 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1인자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10년 만에 점유율 20% 선도 무너졌다. 4분기 IM부문 실적도 전 분기 대비 2조원 가량 하락했다.
8일 모바일 분야 시장조사업체 ‘플러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 상위 10개 모델 중 9개를 모두 ‘아이폰’이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는 없다. 아이폰11과 아이폰XR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아이폰12 프로 맥스, 아이폰12, 아이폰12 프로는 각각 3위, 4위, 7위를 기록했다. 열 손가락 안에 든 유일한 비(非) 아이폰은 LG전자의 저가형 스마트폰 ‘LG K30’이다.
미국 시장은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판매량은 스마트폰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의 선호도를 가늠할 척도로 꼽힌다. 특히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및 프리미엄 모델의 판매량은 출시 직후에만 급증하는 경향이 있어, 크리스마스 당일의 판매량을 전반적인 시장 추세로 봐도 무방하다고 플러리 애널리틱스는 분석했다.
삼성폰, 20% 점유율 무너져…4분기 실적도 주춤
위기의 징후는 이뿐만 아니다. 2020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또한 2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2011년 10% 벽을 처음으로 돌파한 뒤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20~30%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0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19.5%로 전망했다. 그 뒤를 애플(15.5%), 화웨이(14.4%), 샤오미(11.8%), 비보(8.5%)가 잇는다. 지난해 점유율 17%를 차지하며 삼성전자(20.9%)와의 격차를 3.9% 포인트 차까지 좁혔던 화웨이는 애플에 2위 자리를 뺏겼다. 삼성이 글로벌 1위 자리는 수성했지만, ‘철옹성’이던 20%대가 무너졌다.
SA는 “3분기(지난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여파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반짝 상승했지만, 4분기 아이폰12 출시 영향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3위로 밀려났다. SA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410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15.1%로 3위로 내려 앉았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5G폰 시장 진출 2달 만에 삼성을 앞질렀다. 523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19.2%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화웨이로, 7960만대(29.2%)를 출하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기대 이하다. 8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61조원, 영업이익은 9조원이다(연결 기준).
부문별 실적은 별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무선 사업을 담당하는 IM(IT&Mobile) 부문의 실적을 매출 21조~24조원, 영업이익 2조원 중반대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30조 4900억원, 영업이익 4조 45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분기만에 영업이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전년 동기인 2019년 4분기에는 매출 24조 9500억원, 영업이익 2조 52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매년 1·3분기에 신제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출시 효과가 떨어지는 4분기에 실적이 주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매스 프리미엄 제품 ‘갤럭시S20 FE’를 출시했다.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6000만~6200만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4분기 시장 수성을 위해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2019년 4분기 판매량 6880만대(SA)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