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만만한 게 LG 스마트폰? 넷플릭스 갑질, 도 넘었다!”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공룡’ 넷플릭스의 갑질이 여전하다. HDR 재생을 지원하는 LG전자 최신 스마트폰에서 넷플릭스 HDR 영상을 볼 수 없도록 막았다. LG전자가 ‘스마트폰 내 기본 애플리케이션으로 넷플릭스를 넣어달라’는 넷플릭스 측의 제안을 거절하자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6일 넷플릭스 고객센터에 명시된 ‘HDR 지원 기기’ 목록을 살펴보면 지난해 출시된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은 모두 빠져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에서 HDR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법은 간단하다. 월 1만4500원 짜리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하면 된다. 하지만 LG전자는 프리미엄 멤버십에 가입해도 HDR 영상 시청이 불가능하다. 넷플릭스가 LG전자 최신폰에 한해 HDR 영상 재생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HDR 재생을 지원하는 LG전자 스마트폰은 지난 2018년 출시된 LG V40에서 멈춰있다. LG V50을 비롯해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출시된 전략폰 LG 벨벳과 LG 윙 모두 HDR 재생 지원 기기에서 제외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측의 이같은 조치는 LG전자가 넷플릭스를 자사 폰의 기본 앱으로 탑재하는 것을 거부해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요구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동통신사향 폰 출시 전 각 통신사와의 협의를 거쳐 기본 앱을 구성한다. 문제는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OTT 앱을 운영 중이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의 웨이브, KT의 시즌 등이 단적인 예다. LG전자로선 이들의 경쟁업체인 넷플릭스를 기본 앱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곤란할 수밖에 없다.
더욱 황당한 점은 이러한 ‘패널티’가 LG전자에만 국한됐단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공룡’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넷플릭스를 기본 앱으로 탑재하지 않았지만, 최신 기기에 모두 HDR 재생을 지원하고 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자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디즈니, 왓챠 등 경쟁업체들이 선전하며 위기감을 느낀 넷플릭스가 LG전자 스마트폰을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보고 기본앱 탑재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조치로 넷플릭스가 LG폰을 이용하는 자사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된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측은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와 상호 협력 및 협의를 바탕으로 HDR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정 제조사와의 협의 진행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답했다.